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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년 콘서트 여는 ‘봄 여를 가을 겨울’

러시아 2008. 10. 28. 09:39
 
 기타리스트 김종진(46)과 드러머 전태관(46) 두사람으로 이뤄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이들이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로 정식 데뷔한 게 1988년이다. 밴드의 20년은 파격과 실험의 연속이었다. 데뷔 앨범부터 선보인 수준 높은 연주곡은 '경음악'으로 치부되던 연주 음악의 위상을 단박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퓨전 재즈를 기반으로 한 세련된 멜로디와 작법은 가요계에 놀라움과 새로움을 동시에 안겨줬다. 최근 내놓은 8집 앨범 '아름답다, 아름다워!'는 오래 숙성된 명품 와인 같은 맛을 내는 수작이라는 평가다. 다음 달 8일 고양 어울림누리 어울림 극장에서 20주년 콘서트를 여는 이들을 서울 삼성동의 녹음실 '루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그들은 12년 된 와인을 꺼내 놓고 기자를 맞았다.

 -20년간 노래를 통해 남자 이야기를 해온 것 같다. 이번 앨범에도 '남자의 노래'가 있지 않나.

김종진=“21세기로 넘어오면서 여자의 세상으로 바뀐 것 같다. 온통 여자에 대한 얘기다. 남자의 고충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 남자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요즘 세상살이가 팍팍해 그런지 이번 앨범에서 '남자의 노래'가 좋다는 사람이 많다. '아웃사이더'-'어떤 이의 꿈'-'브라보 마이 라이프'-'슬퍼도 울지 않을거야'-'남자의 노래', 이렇게 남자 노래의 계보가 이어진 것 같다.”

-이번 앨범에는 본인들의 얘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담았다.

전태관=“ 다양한 사람의 사랑에 대한 생각을 노래로 풀었다. 남의 말을 들어주고, 남을 빛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됐다. 이번 앨범도 그런 맥락에서 만든 것이다. 이번 작업으로 경험의 영역을 넓혔고, 대중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했다. 사람들이 우리 음악의 틀을 깨준 것이다. ”

-'어떤 이의 꿈'은 꾸준히 사랑받는 곡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꿈은 무엇인가.

김=“음악의 파장으로 사람들을 치유하는 광대가 되고 싶다. 힘들 때 꽃잎 흩날리던 시절의 명곡을 찾아 들으면, 다시 기운이 나지 않나.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

전=“게리 무어는 '아까 쳤던 프레이즈보다 지금 치는 것이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는 게 음악인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그런 뮤지션이 되고 싶다.”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라는 곡이 있었다. 자꾸 꺼내어 들쳐보고 싶은 일기 같은 노래는 무엇인가.

김=“6집 앨범('바나나 쉐이크')이 좋았고, 요즘은 '사랑하나봐'가 자꾸 입에 맴돈다. 터져나오듯 넘치는 사랑의 느낌을 음악으로 만든 것이니까….”

전=“이번 앨범의 '순이'가 정말 좋다. 휴대전화 컬러링도 그 노래다. '영원에 대하여' '브라보 마이 라이프'도 좋다. 딱 하나만 고르라면 '영원에 대하여'다.”

-다른 성격의 두 멤버가 20년 넘게 우정을 쌓아왔다.

김=“정확히 26년 우정이다. 처음에는 태관군의 꼼꼼하고 깔끔한 성격이 불만이었다. 하지만 함께하다 보니 그게 내가 갖지 못한 장점이더라.”

전=“종진 군은 음악이든 뭐든 이상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놓는다. 처음에는 그게 불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모든 새로움의 원동력은 종진 군의 아이디어에서 나오더라. ”

-걸어온 길 만큼 앞으로 걸어갈 길도 중요하다.

김=“지금까지 20년은 우리의 존재를 알리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20년은 우리의 '류(類)'또는 '풍(風)'을 만드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바둑에 서봉수 류, 조치훈 류가 있듯이…. 누가 들어도 '어, 봄여름가을겨울 스타일이네'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전=“밴드를 시작할 때 목표로 했던 음악 중 3분의 2는 했다. 앞으로 나머지 3분의 1을 하고 싶다. 종교 음악, 아이들을 위한 음악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