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리얼한 사랑' 김태우, 자신마저 던지다

러시아 2008. 10. 22. 09:56

 



 영화 '사과' 주연… 생활 밀착형 로맨스 공감 100%

삶의 무거움 혼자 짊어진 남자… 어휴 저 그렇게 답답하지 않아요

"아, 이상하네요. 저는 10년간 꾸준히 운동을 했기 때문에, 원래 (날씬해요)."

배우 김태우는 지난해 여름, 영화 <기담>과 <리턴> 개봉 당시 만났을 때보다 10kg은 빠진 듯 보였다. "몸이 날렵해진 것 같다"고 인사를 건네자 김태우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지난해 <리턴>에서 냉철한 정신과 의사 오치훈 역을 위해 무려 17kg이나 몸무게를 불렸었다. 범인으로 의심되는 역을 위해 살을 찌웠고 1년도 돼지 않아 '원상복귀' 했다.

그만큼 김태우는 매 영화마다 자신을 던진다. 현실에 발을 붙인 인물처럼 보이는 데에는 따라올 배우가 없어 보일 정도다.

16일 개봉된 영화 <사과>(감독 강이관ㆍ제작 청어람)의 상훈 역시 마찬가지다. 첫 눈에 반한 현정(문소리)에게 무작정 애정공세를 펼쳐 결혼에 성공하지만, 결혼 뒤에는 삶의 어려움을 아내에게 털어놓지 않고 혼자 짊어진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한국 남자다.

"실제로도 그렇냐고요? 아휴, 아니에요. 저, 그렇게 답답하지 않아요. 집에서 이야기 많이 하는 편이죠. 하지만 상훈이는 시골 종가에서 자랐죠. 결혼을 할 때도 아마 원룸이면 괜찮지 않냐고 제안을 했을 텐데, 현정이네서 돈 보태줄 테니 아파트로 하라고 했을 테고,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죠."

김태우는 상훈의 상황을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쉬지 않고 줄줄 이어갔다. 영화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마치 상훈이라는 인물의 자서전인 것처럼 펼쳐졌다.

그만큼 김태우는 꼼꼼히 배역을 분석하고 영화 전체 속에서 배역을 소화하는 배우였다. 김밥을 먹으며 대사를 할 때도 어느 정도 속도로 밥을 씹으며 말을 하느냐까지 고민하는 배우가 김태우다.

"민석(이선균)이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7년간 사귄 여자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은 어찌 보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례죠. '다들 그러니까 그냥 살아라'가 아니라 '배려도 하고 곱씹어 보자'는 게 우리 영화에요. 영화를 본 뒤 상대방 입장에서 조금만 더 생각해보는 사랑을 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김태우는 현실감 넘치는 연기력 덕분에 홍상수 감독의 사랑을 받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도 고현정 엄지원 하정우와 함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촬영을 마쳤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해변의 여인>에 이어 세 번째로 홍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다.

"홍 감독님 영화에 최다 출연한 배우로 등극했어요, 하하. 손님을 접대하는 기분으로 다른 배우들을 맞았다고나 할까요."


김태우는 짐짓 너스레를 떨었지만, 개런티를 포기하더라도 영화의 완성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우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각종 영화제에 초청받은 것도 흥행 여부보다는 작품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흥행 감독이 출연을 조르더라도 출연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 철학이 분명하다.

"흥행에 대한 욕심이요? 배우에게 캐스팅은 따로 자기 몫이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