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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이게 웬일이야!
러시아
2008. 10. 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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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는 메릴 스트립, 아만다 시프리드의 신구 대결이 돋보이지만, 피어스 브로스넌을 비롯해 콜린 퍼슨 등 중년 배우들의 열연이 볼만한 영화다. 무엇보다 원작에 참여했던 그룹 아바 출신의 베니 안데르손과 비요른 울바에우스가 영화에서 다시 음악감독을 맡았다는 점에서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만큼 이 영화는 최근에도 평일 관객 수 3만 명을 유지하며 개봉 6주차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영화들에 비해 관객 하락 폭이 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맘마미아!>의 흥행몰이는 영국과 스웨덴, 그리고 독일 등 전 세계적으로 계속되는 추세다. 특히 원작의 고향인 영국에선 1억 5천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며, 흥행 면에서 역대 영화사상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장기 상영이 거듭되면서, 제작사에선 극장에서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싱어송 버전’을 만들어 극장에 내걸었다. 국내에선 다소 조용한 이벤트 정도로 치부되고 있지만, 해외에선 관객들이 ‘싱어송 버전’의 영화를 보며 극장에서 춤추고 노래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이끌고 있는 모양이다.
UPI 코리아의 홍보팀 담당자에 의하면, “처음 다른 나라보다 늦게 개봉한 탓에 흥행에 지장이 되진 않을까 매우 부담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일부러 개봉 3주 전부터 일반 시사를 여는 등 대대적으로 홍보에 힘썼다. 지금도 주말보다 평일에 관객들이 많이 오고, 새로 30~40대 아줌마들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조심스럽게 장기 흥행까지 생각해보고 있다. 앞으로도 400만 명 정도는 무난히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9월 한 달 동안 <맘마미아!>는 토종 블록버스터인 <신기전>에 밀려 박스오피스 2위에 머무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박스오피스 2위를 하던 시기에도 <맘마미아!>는 예매율 면에서는 줄곧 1위를 차지하며 <신기전>을 압도했다. 그건 20대를 비롯해 30~40대 여성들이 이 영화에 갖는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예매율에 있어서 여성의 비율이 60%에 달하고, 20~30대가 물경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측 가능한 사실이다.(10월 9일 현재 예매율, 맥스무비 제공.) 또 이 영화는 스크린 수의 하락폭도 적어 앞으로도 더 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단 장점이 있다.
배급사에 따르면, 개봉 6주차에도 300개를 유지하고 있고, 10월 말까지 약 200여개 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은 “<신기전>은 블록버스터로서 다소 남성적인 느낌이 강한 데 비해 <맘마미아!>의 경우 여성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영화였다. 원작 뮤지컬의 인기도 한 몫 거들었을 것이고, 스테디셀러의 개념에서 관객들이 계속 영화를 보러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 최근 여가나 문화 콘텐츠에 대한 소비에서 여성들이 강세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의 영향력도 한 몫 거들었을 것”이라며 이 영화의 흥행에 대해 분석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비수기인 10월에 개봉해 대박이 예상됐던 <모던보이>와 <고고70>의 경우, <맘마미아!>에 밀려 저조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모던보이>의 경우 <신기전>과 비슷하게 제작비를 투자한 작품임을 알면, 개봉 1주차에 40만 관객이 들어간 것에 대해 충분히 아쉬워하고도 남을 대목이다. 또 조승우의 열연과 공연이 돋보인 <고고70> 역시 <맘마미아!>처럼 ‘음악’을 소재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적은 스코어를 기록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완성도에선 이들 영화들이 <맘마미아!>에 밀릴 이유가 전혀 없다. 사실 <맘마미아!>는 원작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서사구조도 평범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용철 평론가는 현 상황에 대해 “<맘마미아!>는 가을과 잘 어울릴 만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는 데다가 ‘유희’를 원하는 관객들에게 가장 잘 맞는 작품”이라고 전제한 뒤, “현재 극장가에서 이를 대적할 만한 콘텐츠가 없다. <모던보이>는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고, <고고70>은 음악적인 면은 훌륭하지만, 1970년대에 대해 다소 이상한 환상을 품게 만든다. 이 때문에 이들 작품이 대중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만한 영화는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10월 3주엔 다크호스 <이글 아이>를 필두로 <미쓰 홍당무>나 <사과>가, 그 다음 주엔 봉준호, 레오스 카락스, 미셸 공드리가 공동 연출을 맡은 <도쿄!>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들 영화가 극장가에 내걸리면 <맘마미아!>의 인기도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단순히 작은 해프닝 혹은 흥행을 이어가기 위해 지어낸 배급사의 홍보 정도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강유정 평론가도 지적했듯이, <맘마미아!>는 ‘보편성’이란 측면에서 매우 영향력이 큰 영화다. 한국영화계가 한층 더 발전하려면, 유치한 것과 보편성을 구별하는 법을 배워야만 전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