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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예능들, 방송국 경계가 사라졌다
러시아
2008. 10. 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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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에서 재미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1박 2일’ 외주 카메라 촬영 팀이 경쟁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 촬영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촬영 팀은 이 같은 사실을 멤버들이 밝히자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 ‘패밀리가 떴다’ 재미있다”고 전했다.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 크로스 출연은 외주 제작사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1박 2일’ 팀이 ‘패밀리가 떴다’ 팀과 함께 SBS ‘야심만만 예능선수촌’에 출연하는가 하면 ‘라디오스타’ 윤종신이 KBS 2TV ‘해피투게더 시즌 3’에 출연하는 등 ‘크로스 방송사’가 늘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된 SBS ‘야심만만 예능선수촌’에서는 2주 연속으로 아예 ‘1박 2일VS패밀리가 떴다’ 타이틀로 경쟁 구도 속에 있는 두 팀이 함께 출연했다. ‘1박 2일’ 대표로는 강호동, 이수근, MC몽, 김C가 출연하고 ‘패밀리가 떴다’ 대표로는 대성, 윤종신, 이천희 등이 출연해 입담대결을 펼쳤다.
방송국 경계를 허물어뜨린 예능 스타들
2주 동안 두 팀 사이에서는 묘한 경쟁 기류가 조성됐다. 이수근과 이천희가 각 팀을 대표해 개그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두 팀이 함께 ‘야심만만’에 출연한 것을 진정한 ‘승자’를 가리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간 각자의 프로그램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 가 하면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풀어 놓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실제 두 팀의 만남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 ‘야심만만’은 2주동안 월요 심야 예능 시청률 1위 자리를 굳혔다.
16일 방송된 KBS 2TV ‘해피투게더 시즌3’에는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 출연 중인 윤종신이 김C, 유진, 이동욱 등과 함께 출연했다. 유진, 이동욱이야 함께 출연한 영화 ‘그 남자의 책 198쪽’ 홍보차, 김C 역시 새 앨범 홍보차 게스트로 출연하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 출연해 ‘웃음’을 주도하는 게 어색한 이들만으로는 2%로 부족한 느낌이 사실이다.
윤종신이 빈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했지만 딱히 ‘해피투게더’ 출연 구실이 없다. 여기 ‘라디오 스타’ 대표로 ‘1박 2일’ 김C와 입담 대결을 펼친다는 콘셉트가 씌워지면 훨씬 자연스러운 상황이 연출 되는 것이다. 윤종신은 또 다른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입담을 과시할 수 있었고 ‘해피투게더’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구성에 윤종신을 ‘꽂으며’ 재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처럼 요즘 예능들은 경쟁도 치열하지만 ‘공조’도 점점 늘고 있다. 강호동이 ‘1박 2일’ 없으면 ‘무릎팍 도사’ ‘스타킹’ 하면 된다고 거침없이 유머하고 그걸 제작진이 여과없이 방송하는 건 예능 프로그램들이 서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알고 있고 모든 예능 프로그램이 그 속에서 항상 고뇌하는 걸 체감하고 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좋은 아이템 생각나면 이미 경쟁 프로그램에서 하고 있다”고 호소한 게 이를 방증한다. 때문에 까탈스럽고 고지식한 기준으로 이야기를 차단하기 보다는 유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웃음,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