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남길(27)은 올해 3편의 영화를 개봉했다.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 ‘모던보이’ ‘미인도’까지. 각 영화에서 맡은 배역도 각양각색. 비슷한 캐릭터는 전혀 없다. ‘강철중’에서는 극중 기업형조폭 두목으로 출연한 정재영의 오른팔 문수 역으로, ‘모던보이’에서는 일본인 검사 신스케 역을 맡았다. 13일 개봉한 ‘미인도’에서는 신윤복의 단 하나의 사랑 강무로 출연했다.
세 영화에서 모두 영화 속 캐릭터로만 살아 움직일 뿐 인간 김남길의 자취는 없다. 얼핏 무심히 스쳐 지나가면 같은 인물이 연기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배역을 살려내고 있다.
꽃미남 배우는 아니죠. 다만 ‘배우적인 페이스를 가졌다’는 평가는 받았습니다
연말 극장가에는 많은 꽃미남 배우들이 출연한다. 주지훈 김재욱 유아인 이완 송창의 등등. 그 꽃미남의 대열에 ‘미인도’의 김남길도 함께 한다. 하지만 김남길 스스로 ‘꽃미남과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만이 전하는 배우로서의 매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꽃미남은 아닌 것 같다’며 “다만 감독님들이 ‘배우적인 페이스를 가졌다’고 말씀을 해준 적은 있다. 제가 생각할 때는 제 얼굴에 개성이 없어서 그렇게 말을 해주신 것 같다(웃음)”고 미소를 지었다.
“세 작품을 개봉했지만 일반 관객들은 다 다른 사람이 하는 줄 안다”며 “그런 부분은 어떻게 보면 옷이나 머리스타일에 따라서 다르게 보일 수도 있는 것 같다. 좋게 이야기해 주는 분들이 ‘배우의 얼굴을 갖고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배우는 인물을 표현하는데 내가 갖고 있는 외형적인 부분이나 목소리로 역할을 맡는데 장애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외형적으로 세게 생긴 분들은 청순한 역할을 맡기 어렵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아직 그런 장애를 받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 배우적인 얼굴이 장점인지 아닌지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미인도’의 강무가 실제 제 모습과 가장 가까워요
김남길은 ‘강철중’에서 배신하려는 고교생을 무참히 살해하는 악의 축으로 서늘한 연기를 펼쳤고 ‘모던보이’에서는 절친한 조선인 친구 이해명(박해일)과의 우정과 일본인 검사로 지켜가야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에서 갈등을 보여줬다. ‘미인도’에서는 신윤복(김민선)을 향해 신분의 고하를 막론한 열렬한 사랑을 보여준다.
“‘미인도’의 강무가 김남길이라는 사람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 동안 어두운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친한 사람들은 ‘미인도’의 강무가 제 모습에 많이 가깝다고 말을 해준다”고 털어놨다.
“센 캐릭터의 경우는 그 감정을 잡고 있고 틀 안에서 연기할 수 있어서 더 수월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오히려 풀어지는 연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그 풀어지는 연기를 유연하게 잘 해낼 때 연기적인 역량이 보이는 것 같다. ‘모던보이’나 ‘강철중’은 특정 캐릭터가 있어서 그 감정을 보이기만 하면 됐다. 정확한 감정자체가 보이는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사랑하면 대통령의 딸이라도 그 사랑에 돌진할 거에요
‘미인도’의 강무는 때묻지 않은 열정과 순박함이 있는 인물이다. 윤복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거리낌없이 달려가고 마지막까지 그 사랑을 지켜낸다.
“제 스타일도 강무와 비슷하다”며 “사랑하면 대통령의 딸이라도 사랑에 돌진할 것이다. 극단적인 비유이기는 하다(웃음).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개의치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귀천이 없다고 생각한다. 귀천이 있게끔 만들어진 요즘이지만 혼자만이라도 그런 것을 지키고 싶다. ‘어떻게 사는지’가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하는데 중요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강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사랑을 택한 순수한 인물입니다
“강무는 윤복을 사랑하면서 ‘사랑하면 죽을 것 같아’라는 생각을 갖고 사랑을 시작한 게 아니다”며 “강무는 윤복을 사랑하기 시작했고 그것에 몰입돼 갔다. 그러다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사랑을 선택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강무를 연기하면서 저도 순수함을 지키려는 마음을 많이 가졌다”며 “요즘은 사랑하는 것도 결혼을 하는 것도 처음에 연애하는 것과 달리 많이 재고 계산하는 것 같다. 물론 저도 그런 부분이 있지만 강무를 연기하면서 만큼은 순수함을 지키려고 했다. 나이를 먹어서도 지켜가야 할 순수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미인도’는 노출 이외에 많은 의미가 담긴 영화입니다
김남길은 김민선과의 베드신도 유연하게 잘 연기해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편안하게 호흡을 주고받으며 아름다운 베드신을 완성했다. 여배우뿐만 아니라 남자배우도 베드신 촬영은 쉽지 않은 일일 터.
“영화의 초점이 너무 그 부분에만 가는 것은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노출로만 풀어갈 정도로 자신 없는 영화가 아니다. 노출로만 영화를 어필하려고 한다면 포르노를 찍으면 될 것이다. 사실 홍보의 초점을 노출에 맞추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어느 선까지만 하면 되는 것 같다. ‘미인도’는 노출 외에 많은 의미가 담긴 영화다. 노출 이외에 것들이 퇴색되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전했다.
김민선과의 베드신 이전에 빨리 벽을 허무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베드신을 촬영하는데 처음 만난 두 배우가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배우 간의 충분한 교감과 신뢰를 필요로 한다. 김남길이 김민선과의 베드신 이전에 충분한 감정적 교류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처음에 김민선을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다”며 “처음에 너무 확 다가가서 김민선이 당황스럽게 저를 보기도 했지만 빨리 서로의 벽을 허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편하게 지냈고 재롱도 떨고 뛰어다니며 장난도 많이 쳤다. 김민선이 많이 편하게 받아줬다. 김민선도 서로 편해야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저를 밀어내지 않고 잘 받아줬다”고 밝혔다.
“사실 촬영이 코 앞에 닥쳤을 때, 상대 배우가 남자인 경우 ‘형 나오세요. 술 한 잔 하시죠?’라고 하면서 친해지기가 쉬운데 여배우들한테 그렇게 다가가기가 불편한 게 있기는 하다. 사실 김민선도 그럴 수 있었는데 많이 저를 받아주셨고 친해질 기회를 많이 줬다. 그래서 같이 연기를 하는데 편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계의 자산이 되기 위해서 더 노력을 할 것입니다
앞으로 김남길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2003년 MBC 공채 탤런트 31기로 데뷔해 매 작품마다 성장하고 있다. “더 경험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지금은 내 목소리를 낼 때라기보다는 들어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김남길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자아성찰에 대한 것을 많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를 사랑한다는 자체도 내 일을 사랑하니 영화를 사랑하겠지만,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부분에 있어서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많이 찾아봐야 할 듯하다. 영화계의 자산이 되기 위해 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