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앤티크-서양골동양과자점' 파티셰 선우
시나리오 읽었을 때부터 선우 배역 욕심… 연기공부? '커프' '바람의 나라' 선배들께
"여자를 안을 때, 남자를 안을 때 똑 같은 감정이 들지 않겠죠. 고민을 많이 했죠."
배우 김재욱은 왼쪽 팔을 펼쳐 안으로 구부리며 누군가를 포옹하는 몸짓을 하더니 슬쩍 말문을 였었다. 김재욱은 "제가 여자를 만나봤을 때의 느낌과, 남자를 대할 때의 느낌이 같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일부러 게이바를 가 봤어요. 확실히 그 곳의 공기는 달랐죠"라고 말했다.
김재욱은 영화 <앤티크-서양골동양과자점>(감독 민규동ㆍ제작 ㈜수필름,㈜영화사 집)에서 파티셰 선우 역을 맡았다. '마성의 게이'라는 영화 속 별명에 걸맞게 실제 게이 같은 연기력을 펼쳤다.
선우는 과자점마다 손님을 불러 모으는 뛰어난 파티셰이지만, 번번이 '남자 문제'로 분란을 일으킨다. 프랑스에서 온 옛 애인 쟝(앤디 질렛)과 키스신은 물론 베드신까지 펼쳤다. 김재욱은 진혁(주지훈) 기범(유아인) 수영(최지호) 등 영화의 주인공 가운데 가장 입체감 있는 인물로 선우를 만들어냈다.
김재욱은 모델 출신답게 부츠, 바지, 니트를 '올 블랙'으로 통일한 채 촉촉한 눈빛을 보였다. 말을 할 때도 담담하면서도 조리 있었다. 생각도 깊어 보였다.
김재욱은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그 쪽(동성애자) 성향의 분들과 자연스레 이야기를 할 기회도 있었고요. 하지만 롤 모델을 따로 만들진 않았어요. 영상이든 음악이든 모델을 만들면 정형화된 틀 안에 갇힐 우려가 있을 것 같았거든요"라고 말했다.
김재욱은 "혹시 진짜 게이로 오해 받을까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호탕하게 웃으며 "영화가 잘 돼서 그런 오해를 받는다면 제가 서서히 벗겨가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김재욱은 <앤티크>의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선우에 욕심이 났다고 했다. 설정이 흥미로운 데다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김재욱은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하잖아요. 선우 역이 딱 그렇더라고요. 선우는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인물이라 연기하기 힘들었어요"라고 말했다.
김재욱은 일본 특파원이던 신문기자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일본에서 보냈다. 17세에 모델로 시작해 서울예대 실용음악과를 나왔다. 2002년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밴드의 베이시스트 역으로 드라마 데뷔를 했다.
그를 알린 것은 MBC <커피프린스1호점>이다. 선배들에게 연기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현재 KBS 2TV <바람의 나라>에 출연 중이다. 음악과 연기, 모델까지 소화하는 다재다능한 인물인 셈이다.
김재욱은 "다재다능하다는 표현에 제가 활짝 웃을 만큼은 못 되요.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나 할까요. 어떤 일을 대하는 자세는 열정이라고 생각해요. 반면 열정이 식었을 때 그 일을 밥벌이로만 하면 슬플 것 같아요"라고 눙쳤다.
김재욱은 앞으로 <트래인스포팅>처럼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다룬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20대의 반항을 다룬, 쿠엔틴 타란티노 스타일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