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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ㆍ'가문의 영광'ㆍ'내 사랑 금지옥엽' 등
계획없는 임신, 그로 인한 갈등과 원하지 않는 선택….
요즘 TV 드라마에 계획없는 임신이 넘쳐난다. 주말드라마, 일일드라마, 월화드라마를 불문하고 만연해 있다. 불장난이기도, 사랑의 결실이기도 하지만 성폭력의 결과물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떤 형태이든 이런 임신은 행복 대신 불행과 갈등, 나아가 복수를 초래하는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어쩔 수 없이 결혼하거나 복수하거나
KBS 2TV 주말극 '내 사랑 금지옥엽'의 치과의사 신호(지현우 분)는 순진한 섬마을 처녀 보리(홍아름)를 임신시킨다. 그러나 그는 보리에게 "죽어도 결혼할 수 없다"며 자신을 떠나가달라고 애원한다. 신호의 누나 인호(이태란)도 신호가 한 여자에게 정착할 수 없는 바람둥이라는 이유를 들어 보리에게 신호를 포기해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신호에게 "죽든지 결혼하든지 둘 중 하나"라며 매달리는 보리는 인호에게 "같은 여자끼리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며 울부짖는다.
MBC TV 월화극 '에덴의 동쪽'에는 계획없는 임신이 넘쳐난다. 태환(조민기)은 간호사 미애(신은정)를 임신시켰다가 강제로 낙태까지 시키고는 차갑게 버린다. 그로 인해 미애는 태환을 저주하며 언젠가는 파멸시키겠다며 복수에 나선다.
태환의 아들 명훈(박해진)은 동욱(연정훈)을 사랑하는 지현(한지혜)을 성폭행해 아이를 갖게 하고는 그것을 빌미로 결혼까지 성공한다. 그에 앞서 지현도 '아버지 없는 아이'로 손가락질 받으며 자라났고, 혜린(이다해) 역시 '첩의 자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성장했다.
또 정자(전미선)는 엄연히 유부남이지만 사랑한다는 이유로 기철(이종원)의 아이를 낳아, 주인공 동철(송승헌)-동욱 형제에게 배 다른 동생을 안겨주고는 형제에게 '작은 어머니'라 불리며 가족이 됐다.
SBS TV 주말극 '가문의 영광'에서는 중년의 남녀가 '원 나이트 스탠드'의 결과로 아기를 갖게 돼 갈등을 겪는다. 홀아비 석호(서인석)는 독신녀인 직장 후배 영인(나영희)이 임신을 하자 기쁜 마음에 청혼을 하지만 영인은 "촌스럽게 하룻밤 불장난에 무슨 결혼이냐. 아이를 지우겠다"고 나선다.
SBS TV 일일극 '애자 언니 민자'에서도 애자(이응경)가 결혼 전 실수로 낳은 아이 채린(소이현)을 민자(차화연)가 자기 자식인양 남몰래 키우다 그것이 들통나면서 회오리가 몰아쳤다.
SBS TV 주말극 '유리의 성'에서도 규성(장현성)이 외도로 아이를 낳지만 그 아이는 가족도 모르게 규성-유란(양정아) 부부의 입양아가 돼 규성 가족의 일원이 된다.
◇수동적인 여성상, 편협한 인간관계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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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에서 미애는 강제로 낙태를 하게되지만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낙태는 금기시된다. 계획없는 임신이라 해도 결국은 우여곡절 끝에 남녀가 결혼에 골인하게 되는 매개체로 작용하는 것. 그러나 낙태를 하든 결혼에 골인하든 어느쪽이나 건강한 사랑을 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모니터단체 여성민우회의 윤정주 사무국장은 "임신과 관련한 소재는 위험하다. 어찌됐건 여성이 피해자로 그려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계획하지 않은 임신은 수동적이며 상황에 끌려다니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여성상을 그리게 된다"면서 "이는 다양한 인간관계 조명도 위협한다"고 덧붙였다.
'에덴의 동쪽'에서 지현이 임신으로 인해 연인과 맺어지지 못하고 명훈과 결혼했듯, 대부분의 계획없는 임신은 결혼으로 골인한다. 그러나 임신의 해결 수단으로 어쩔 수 없다는 듯 결혼이 동원되는 것 역시 경계해야한다.
얼마전 종영한 SBS TV '워킹맘'은 그런 내용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가영(염정아)은 결혼도 하룻밤 실수로 하게됐지만, 무책임하고 형편없는 남편을 못참아 이혼해놓고는 또다시 임신 때문에 재결합을 선택한다. 이를 두고 많은 시청자들이 "어이 없는 선택"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가 아무리 현실을 반영한다고 해도 임신이 불행의 씨앗이 되고 앙심을 품는 계기로 작용하는 내용은 분명히 경계해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