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 시향과 마우스필의 합동 공연에서 지휘봉을 잡은 강마에. 멋진 마지막 공연을 끝낸 뒤 그는 애견 토벤을 데리고 터널 안으로 걸어간다.
MBC 화제의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첫 클래식 관련 소재의 전문 드라마로 한국 방송사에 한 획을 긋고 12일 막을 내렸다. 그런데 강마에가 뮌헨 필하모닉으로 떠나는 건지, 자신을 인간미 넘치는 지휘자로 개조(?) 시켜준 애제자들 한국에 남는 건지가 불분명했다. 이른바 요즘 유행하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은 것이다.
요즘 명품 드라마의 추세는 열린 결말
이에 대해 '베토벤'을 꼬박꼬박 챙겨서 봤던 팬들 사이에는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 등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아직까지 해피 엔딩이나 비극의 양 극단으로 분명하고 확실한 드라마 마침표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한 마디로 "속았다'며 분노하고 있다.
거꾸로 진부한 결말의 틀을 벗어나 시청자에게 상상의 나래를 열게 해준 '베토벤' 최종회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도 줄을 잇는다. 강마에가 뮌헨행 비행기에 올랐는 지, 두루미의 품으로 돌아갔는 지는 오직 이들 각자의 머릿 속에서 그려질 뿐이다.
열린 결말은 최근 명품 드라마로 꼽혀진 상당수 작품의 작가들이 엔딩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처음부터 열린 결말을 의도한 경우가 많지만 양 극단으로 나뉜 열혈 팬들의 강력한 요구에 못이겨서 도피처로 이를 택한 드라마까지 등장했다.
또 하나 인기 드라마에서 열린 결말이 잦아진 이유는 미국과 일본 드라마 스타일의 시즌 2 제작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검증되지 않은 새 드라마 제작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기 어려워진 방송국들이 속편 방식의 시즌 2 제작이 용이한 열린 결말을 은근히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토벤'은 만들다 만거죠? - 시청자 불만
그러나 작가로부터 딱 부러진 대답을 원하는 상당수 시청자들은 열린 결말을 놓고 분통을 터뜨리는 중이다. KBS 2TV '바람의 나라'와 SBS '바람의 화원' 등 쟁쟁한 수목 드라마들 가운데 시청률 선두를 달렸던 '베토벤'인 만큼, 고정 시청자층이 넓고 다양했다. 반응이 다양하게 나올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한 시청자는 '베바는 만들다 만거죠'라는 글로 아쉬움과 원망을 표시했고 '끝나지 않은 드라마' '시즌 2를 만들려는 속마음이 엿보인다' '닫힌 결말을 달라' '시청자를 우롱하지 말아달라' '화장실 가서 볼 일 보고 뒤를 안닦은 느낌' 등의 비난 글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원성의 목소리도 '베토벤'의 높은 인기와 시청자 애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 AGB닐슨의 방송중 실시간 시청률 조사(서울지역 기준)에 따르면 '베토벤'의 마지막 공연 장면은 최고 29.7% 수준까지 치솟았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니 마니아 드라마로 칭송받으면서도 낮은 시청률로 고전했던 몇 몇 드라마가 열린 결말로 끝을 냈을 때 시청자 반응이 칭찬 일색이었던 것과 처지가 달랐다. '베토벤'은 여러 악기의 아름다운 조화와 선율을 이끌어내는 오케스트라 마냥 다양한 시청자 반응으로 종영 뒤에도 이슈를 만들어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