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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 주말극·금요극·일일극 잇따라 폐지 드라마의 '드라마 같은 몰락'

 



한 편당 평균 1억 5천만원 제작비 큰 부담

오락 프로로 대체… "상업적 선택" 비판도


드라마 왕국의 아성이 무너지는가?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이 잇따라 드라마를 폐지하고 있다. 광고 수익 악화가 결정적 이유. 드라마는 가장 높은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송 장르로 평가받으며 9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편성량이 증가해왔다. 그러나 경기 악화와 다양한 매체의 출현에 따른 광고 분산으로 이 같은 위기를 맞게 됐다. MBC는 오는 11월 9일 '내 여자' 마지막회 방송을 끝으로 주말 특별 기획 드라마를 잠정 폐지하기로 했다.

MBC 관계자는 "당초 '내 여자<사진>' 후속으로 편성할 예정이었던 드라마 '종합병원2'를 수목 드라마로 옮겨 방송하게 됐다"며 "11월 19일부터 전파를 탈 예정"이라고 말했다. SBS 또한 지난 24일 '신의 저울' 마지막회 방송을 끝으로 금요 드라마를 폐지했다. '달콤한 나의 도시', '신의 저울' 등 작품성 있는 드라마를 잇따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음에도 축소된 광고 시장의 벽을 넘지 못했다. KBS는 현재 방영 중인 '돌아온 뚝배기'를 끝으로 2TV 일일 드라마를 폐지할 예정이다.

SBS 구본근 드라마 국장은 "2~3년 전만 해도 완전히 실패한 경우만 아니라면 웬만한 드라마에는 모두 제작비 이상의 광고가 붙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중 대략 50%는 제작비에 미달하는 광고가 붙고 있는 상태라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60분 1편당 평균 1억5000만원 제작비가 들어가는 드라마는 다른 장르에 비해 '투자 리스크'가 크다. 드라마 시청률은 최근 들어 지속적인 하락세에 있었다. 시청률 조사 전문회사 TNS 미디어 코리아에 따르면, 2003년 드라마 평균 시청률은 13.2%였지만, 2005년 11.7%, 2008년 11.1%로 떨어졌다.

KBS는 드라마 폐지와 함께 가을 개편 과정에서 스타 진행자들을 대거 하차시킬 계획. KBS 관계자는 "막대한 제작비 절감을 위해 출연료 비싼 외부 MC 기용을 자제하고 내부 기자와 아나운서로 교체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MBC의 경우 사장이 직접 나섰다. 엄기영 사장은 29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현재 광고 매출 상황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2배 이상 심각하다"며 비용절감을 호소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10월 접어들면서 금융 위기에 따른 방송 광고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광고 수익 악화를 이유로 방송사들이 '웰메이드 드라마' 제작을 포기하고 손쉽게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편법 편성'에 관심을 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MBC는 가을 개편에서 드라마국에 등을 돌린 대신, '무한도전'을 5분 연장하고 '명랑 히어로'를 밤 10시30분으로 전진 편성하면서 방송 시간도 10분 연장하는 등 '예능국' 우대 현상을 보이고 있다. SBS 또한 금요 드라마가 사라진 시간대에 '웃음을 찾는 사람들', '절친 노트' 등 오락 프로그램을 편성할 예정이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강만석 책임연구원은 "드라마가 사라진 자리에 그동안 소외 받았던 다큐멘터리 등을 편성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결국 방송사들이 오락 프로 위주의 상업적 선택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