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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광태역… 연기 인생 12년만의 첫 드라마
"신인처럼 초심으로… 대본·화투장 달고 삽니다"
오정세라는 이름은 대중에게 낯설다. 그를 떠올리려면 일일이 <오! 브라더스> <식객> <라듸오 데이즈> 같은 그의 출연작을 열거해야 한다. <라듸오 데이즈>에서 코믹한 성격의 라디오 변사라는 말로 작품 속 캐릭터를 설명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듣는 이는 설명이 끝나면 그제서야 무릎을 치며 '아!' 하는 감탄사를 뱉는다.
오정세는 매 작품마다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였기 때문에 작품 속 캐릭터가 살갑게 다가온다. 오정세는 최근 또 하나의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번에는 영화가 아닌 드라마다. 연기 인생 12년 만에 처음으로 드라마에 출연했다.
오정세는 SBS 월화 미니시리즈 <타짜>(극본 설준석ㆍ연출 강신효)에서 주인공 한예슬의 오빠 광태로 등장하고 있다. 오정세는 "드라마를 찍는 제작 환경이 영화 촬영장과는 많이 달라요.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처음으로 연기를 시작했을 때의 감정을 꺼내면서 연기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오정세가 맡은 광태는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한 인물이다. 하나뿐인 여동생마저 도박장에 돈을 받고 넘길 정도로 비열한 캐릭터다. 도박으로 죄를 져 교도소도 가는 파란만장한 삶을 산다.
"광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 컸어요. 사실 불쌍한 인생이에요. 복잡한 캐릭터라 그의 삶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오정세는 광태 역을 표현하기 위해 경상도 사투리와 화투를 배웠다. 생전 해보지 않았던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대본을 손에서 떼지 않았다. 그의 손에는 화투장이 떨어질 줄 몰랐다.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한 인물을 표현하자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광태의 성장 과정을 머리 속에 그려가며 행동과 말투 그리고 표정 등 캐릭터를 빚어내며 정성을 쏟았다.
첫 드라마 <타짜>는 그에게 영화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시련도 안겨 줬다. 급변하는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수 차례 시놉시스가 수정되면서 오정세가 만든 캐릭터도 변화가 필요했다. 오정세는 매번 수정이 있을 때마다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몰두했다. 배우로서 단련할 수 있는 기회라 믿었다.
"드라마는 촬영 전에 미리 머리 속에 그림을 그려야 해요. 집중력과 순발력이 필요한 작업이에요. 초반에는 그걸 따라가는 게 힘들었어요. 드라마가 중반을 넘긴 지금은 새로운 무기를 추가한 느낌이에요."
'12년차 배우' 오정세는 아직도 연기 수업을 받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오정세는 한 지방 소도시의 슈퍼마켓 집 외아들이다. 영화에 출연하지 않을 때는 부모님을 돕는다. 마이크를 잡고 물건을 사라고 외칠 때도 있고, 고객과 물건 흥정을 하기도 한다.
"작품을 통해 박수 받고 인정 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쉴 때는 슈퍼마켓에서 앉아서 세상만사 구경도 하고요. 제 이름이 알려지기 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연기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