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25일 방송
지난 3일 밤 한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 직후 한 아이돌 그룹의 차량이 출발하자 택시와 렌터카가 경적을 울리며 그 뒤를 따랐다. 밤 12시 그들은 공개방송 현장인 임진각의 한 공원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그룹의 차량을 추격하던 택시기사에 따르면 아이돌 그룹을 뒤쫓던 차량들은 일명 '사생 택시'로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궁금한 학생들에 의해 대절됐다고 한다. 이런 사생 택시는 승객들의 요구에 따라 연예인들의 숙소, 식사 장소, 심지어는 데이트 현장까지 따라간다.
또다른 택시기사는 "직장인과 고등학생 4명을 태우고 방송사에서 임진각을 거쳐 다시 그룹의 숙소까지 가는 여정에 20여만 원을 받았다"며 "서울 시내에 사생 택시만 100여대가 넘는다"고 밝혔다.
숙소 근처에 도착한 아이들은 그룹의 멤버가 개인적인 일을 보러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밤을 새웠다. 중학생 A양은 시험 기간인데도 친구들과 아이돌스타의 사생활을 지켜보기 위해 다니면서 그것을 "사생 뛴다"고 표현했다.
A양은 "2~3일 기다려도 얼굴 한번 볼 수 없을 때도 있고 새벽까지 기다리다 아침에 바로 학교에 갈 때도 있다"면서 "하지만 '사생 뛰는' 것은 연예인의 사생활을 나만이 알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해줘 강한 중독"이라고 말한다.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는 25일 오후 11시10분 '팬덤르뽀-사생 뛰는 아이들'을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 팬덤 문화의 흐름을 돌아보고, 평균연령 18.4세의 아이돌그룹 FT아일랜드를 동행취재해 급변하는 한국의 팬클럽 문화를 조명한다.
제작진은 "일부 아이들이 '사생 활동'으로 학교를 그만두기도 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사생 차량과 연예인 차량의 교통사고 위험도 크다"면서 "10대들의 '사생 뛰는' 하루를 통해 아이들이 왜 사생에 몰두하는지를 알아보고 사생 차량에서 외국인 사생까지 위태로운 사생 활동을 밀착 취재한다"고 밝혔다.
'사생 뛰는' 아이들과 상대적으로 인기 연예인들은 사생활 노출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의 관계자는 "연예인과 일부 팬들이 위험천만한 상황들에 노출돼 있으며 항상 주의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부라고 하더라도 팬들의 심기를 건드릴 수는 없어 사생 활동은 '필요악'이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대형화, 조직화해 대중문화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재의 팬덤 문화를 살피고, 바람직한 팬덤 문화는 어떤 것인지 함께 생각해본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