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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감 스타’에게도 생존 전략이 있다

 



‘비호감’이라는 말을 좋아할 연예인은 아무도 없다. 비호감은 대중이 결정한다. 연예인은 선택권이 없다. 특정 연예인에 대해 비호감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면 그 연예인은 비호감적 요소를 지닌 스타가 돼버리는 것이다.

한국 연예계는 최근 1~2년 사이 비호감스타를 대거 배출했다. 호감스타만으로는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기 어렵고 비호감스타가 스타에 대한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호감스타도 제법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이런 스타들은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바뀐 계기가 있었다. 이 과정에는 인간적이고, 솔직하게 과거를 털어놓은 통과의례가 곁들여진다. ‘악플’ 등으로 시달렸던 과거를 털어놓으면서 “그때는 많이 아팠다”며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언론이나 네티즌은 이들에게 일시적으로 ‘무한애정’을 보내게 마련이다.

현영은 비음 섞인 독특한 목소리의 비호감을 개성 또는 매력으로 인식되게 만들어 자신의 입지를 크게 높였다. 안티가 적지 않았던 솔비도 성격은 현영과 약간 차이가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비슷하다. 김구라와 박명수는 독설과 호통이라는 비호감을 호감으로 돌파시킨 케이스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연예인들의 존재감이 비호감을 호감으로 변화시킨 이벤트 자체만으로는 장기간 지속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비호감을 호감으로 끌어올린 캐릭터 자체를 대중이 본질적으로 좋아해서가 아니라 ‘신상’ 캐릭터에 대한 욕구가 반영됐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 같다. 그러니 이는 지속적인 캐릭터 콘셉트가 되기 어렵다.

이천희나 대성 등 원래 호감이면서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완소 캐릭터’들이 계속 나오는 마당에 대중은 비호감적 요소를 지녔던 스타에게 지속적으로 애정을 보여줄 리 없다.

지금은 독설이나 호통개그가 화제가 되지는 않을 정도로 보편적인 것이 돼버렸다. 김구라가 여전히 자신의 입지를 유지하는 것은 독설이 아니라 적시에 날리는 재미있거나 예리한 말이다. 최근 박명수의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은 호통 자체에 대한 관심과 매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때 여자 최고의 MC로 부상하기도 했던 현영이 불과 1년 전에 비해 지명도나 존재감이 제법 약화된 것도 능력과 기량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스타의 독특한 개성이 평범하게 느껴져 대중의 과잉된 관심도 제자리를 찾는다고 볼 수는 있지만, 현영의 행보는 비호감적 요소를 지녔으나 이를 극복해 호감으로 바꿔나간 스타가 그 이후 어떤 과정을 밟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왕비호’ 윤형빈은 독설이라는 일시적 트렌드보다는 통쾌함을 주는 보편적 공감 개그로 인기를 올린다. 그가 비의 ‘레이니즘’에 대해 노래 절반이 ‘우~ 하~’라는 ‘멘트’를 날린 것은 간단한 표현이지만 뭔가를 생각하게 해 공감으로 이어지게 한다.

그러니까 비호감을 호감으로 바꾼 스타는 ‘그 이후’가 진정한 실력임을 알 수 있다. 트렌드와 상황에 편성한 전략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