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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본분은 누가 뭐라해도 연기다. 그런데 최근 연기력 논란이 불거진 배우가 여럿 눈에 띈다. 불안정한 발성과 발음은 물론이고, 극중 캐릭터와 맞지 않는 연기로 시청자의 질타를 받기도 한다. 이런 논란은 배우 개인은 말할 것도 없고, 드라마 전체에 누를 끼치는 중요한 문제다. 이유도 가지가지인 다양한 연기력 논란의 유형을 살펴봤다.
▶예쁘니까 용서한다?= 미모의 여배우들은 대중의 관심이 많이 쏠려있는 만큼 조금만 부족한 모습을 보여도 엄청난 비판에 직면하곤 한다. 최근 가장 마음고생이 심한 배우는 MBC ‘에덴의 동쪽’에서 영란 역을 맡은 이연희. 대사가 채 입에 익지 않은 듯한 그가 “아저씨 벌써 날 사랑하게 된 거니”라고 말할 때 시청자들은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시대극 속의 문어체 대사는 어린 여배우가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특히 신파적인 느낌의 대사와 이연희의 이미지와 맞지 않아 대사가 튀는 느낌이 강하다. 과거 이연희가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 ‘내사랑’은 물론 이명세 감독의 작가주의 영화 ‘M’에서도 연기력 논란은 없었다는 점은 영란이 그와 잘 맞지 않는 옷임을 보여준다.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 낯선 느낌 때문에 연기가 어색해 보이기도 한다. 표민수 PD와 노희경 작가 콤비의 KBS2 ‘그들이 사는 세상’에 출연 중인 송혜교도 첫회가 방송되자 마자 발음논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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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작가는 “보통 분량의 4~5배로 젊은 배우로서는 대사 분량이 매우 많다. 중견연기자도 자연스러운 발음으로 그런 대사를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혜교가 저 정도 소화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진화에 나섰다. 송혜교의 경우에는 딱히 연기력이 문제가 된다기 보다는 빠르게 툭툭 내뱉는 듯한 말투가 아직 익숙치 않아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또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 경상도 사투리 연기에 도전한 SBS ‘타짜’의 한예슬도 일부 시청자의 공격을 받았다.
▶연기파도 피해갈 수 없다=다른 작품에서는 빼어난 연기력으로 극찬받았는데 이상하게 장르가 달라지거나 하면 욕을 먹는 배우들이 있다. 영화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 신인배우상을 받은 문소리는 부인할 수 없는 연기파 배우다. 그러나 드라마만 오면 연기력 논란이 불거져 곤욕을 치른다. 지난해 MBC ‘태왕사신기’로 혹독한 비판을 받았던 문소리는 MBC 주말극 ‘내 인생의 황금기’로 두번째 드라마 도전을 했지만 이번에도 연기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청자 손은영씨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대사와 표정연기가 그 상황에 안어울리는 경우가 종종 느껴진다. 아마 드라마와 영화 쪽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드라마 내공은 좀 더 쌓여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회당 최고의 출연료를 받을 정도로 연기력, 흥행성이 검증된 박신양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는 사극과 그의 연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시청자들은 SBS ‘바람의 화원’에서 그의 연기가 전작 ‘쩐의 전쟁’의 연기와 똑같다며 현대극 말투가 사극과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박신양은 제작발표회에서 “특별히 사극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작업하고 있다. 첫 사극이라 영 어색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다른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뮤지컬 무대에서 검증된 배우 오만석도 SBS ‘왕과 나’에서 초반 미스캐스팅 논란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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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연기’도 해결책은 있다= MBC 아카데미 연극음악원 원장을 맡고 있는 탤런트 이순재는 발음의 장단음 하나도 깐깐하게 따지는 완벽주의자로 유명하다. 평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그는 “이름의 성을 발음할 때도 ‘정(丁)’하고 ‘정(鄭)’하고 발음이 다르다. 요즘 젊은 연기자들은 언어구사력과 발음의 정확성이 너무 떨어진다. 기초적인 연기 교육부터 안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지적은 배우 개인에 대한 지적이라기 보다는, 연기력이 검증 안됐을지라도 스타라는 이유만으로 캐스팅이 되는 현실에 대한 일침이기도 하다. 또 쪽대본이 난무하는 드라마 제작 시스템도 배우가 캐릭터를 해석하고 공들일 시간을 빼앗는다. 이는 연기파 배우들조차 몰입을 방해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러나 시스템의 문제를 탓하기 전에 배우가 먼저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일례로 은퇴한 뒤에도 최고의 배우로 꼽히는 심은하도 처음부터 연기를 잘했던 것은 아니다.
MBC ‘마지막 승부’로 데뷔해 청순한 이미지의 스타로 떠올랐지만, 당시 그를 뛰어난 연기력의 소유자라고 하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김수현 작가의 ‘청춘의 덫’ 등 여러 작품을 거치며 매번 발전하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노력하는 자세로 꾸준히 도전하며 연기력 논란을 극복한 배우들은 이외에도 많다. 지금 설령 ‘발연기’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을지라도 좌절하고 포기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