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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왜 리얼리티에 약할까

 



요즘 TV 예능의 대세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짜고치는 고스톱이 아니고 주제만 정해놓은 다음 상황 가는데로 출연진이 임기응변 식으로 움직이며 폭소탄을 터뜨리는 식이다. 그렇다보니 메인 MC가 따로 없다. '무한도전' 이후 집단MC체제로 불리는 새로운 예능 진행의 방식이 자리 잡고 있는 이유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급부상과 함께 톱MC 대열에서 조금씩 밀려나는 듯한 얼굴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신동엽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10년 가까이 최고의 MC로 활약했던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존재감이 부쩍 약해졌다. 사업과 후배를 챙겨야할 중견의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빠른 하락세다. 왜 그럴까.

토크쇼에 능하고 단독 플레이를 잘하는 스타일

신동엽은 토크쇼에 능한 MC다. 개인 진행에 뛰어난 만큼, 단독 플레이를 좋아한다. 출연진과 한데 어울려 뛰어놀아야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조차 점잖게 말장난 위주로 프로를 이끌려다보니 겉돌기 마련이다.

현재 진행하는 대표적인 두 개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장 단점은 여실히 드러난다. '샴페인'과 '골드미스가 간다'(이하 '골미다')가 비교 대상이다. 토크쇼 형태의 심야 예능 KBS 2TV '샴페인'은 MBC '세바퀴'와 함께 중 장년층으로 시청자 폭을 넓히며 꾸준한 관심을 끌고 있다.

'샴페인'은 '세상의 모든 부부에겐 그들만의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 시대 성인들은 위한 본격적인 부부 코미디 버라이어티를 내세우고 있다. 말이 좋아서 버라이어티지, 기존 토크쇼와 별로 차별화한 내용이나 소재는 안보인다. 신동엽의 진행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신, 이 프로 저 프로를 오가는 뻔한 게스트들이 늘 방송에서 에피소드로 밝히는 뻔한 얘기들로 채운다는 진부함과 식상함의 단점을 갖고 있다.

또 하나 프로는 SBS '일요일이 좋다'의 두 번째 코너 '골미다'로 리얼 버라이어티 스타일의 짝짓기 예능이다. 1기 게스트는 양정아 송은이 예지원 장윤전 진재영 신봉선 등 쟁쟁한 여성 출연자로 짜였다. 또 붐을 이루고 있는 리얼리티 짝짓기 소재인데다 정상 인기를 달리는 '패밀리가 떴다' 코너의 바로 다음 순서라는 잇점을 갖췄다.

소재와 구성은 시청자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고 앞서 조기 종영된 '체인지'에 비해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메인 MC로 나선 신동엽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진행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골미다' 속 신동엽은 구경꾼이고 방관자

그러나 '골미다' 속 신동엽은 아직 구경꾼이고 방관자일 뿐, 노처녀들의 놀이판에 어우러지는 모습을 구경하기 어렵다. '골미다'에서 그는 속사포 처럼 터져나오는 여섯 노처녀들의 수다 공세에 눌려서 끼어들 타이밍을 제대로 못찾고 있다. 2일 방송분이나 그 전 주 방송에서 이들이 신나게 게임을 수행하고 제 멋에 겨워 춤을 추며 노래할 때 신동엽은 앉아서 쳐다보거나 멀건히 서서 손뼉으로 장단 맞추는 수준에 머문다.

유재석 강호동 등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줏가를 올리는 MC들이 앞장서 망가지며 출연진 속으로 속으로 파고들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골미다' 자체도 6명 출연자에 카메라 수십대가 동원돼 쫓아다니는 다른 리얼리티보다 생동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또 '무한걸스'의 송은이와 '해피투게더 3' 신봉선 등 여러 예능 장르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고정 게스트들이 '골미다'를 꽉 장악한 것도 메인 MC 신동엽을 보조석으로 자꾸 내미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신동엽 없이도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각자 다른 맛과 색깔을 가진 출연진 속에서 이합집산의 진행 묘미를 보여주는 게 리얼 버라이어티 MC가 할 일이다. 토크쇼 형태의 예능에서 정상 자리를 지켰던 신동엽이 새로운 리얼 버라이어티에 얼마나 빨리 적응을 마치고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