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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래서 남은 자들은 더욱 혼란스럽다.
9월 8일, 배우 안재환의 시신이 발견됐다.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자살'로 추정된다는 경찰 발표에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아내 정선희와 유가족에 대한 애도의 뜻을 보냈다.
그러나 안재환 사건은 슬픔으로 끝나지 않았다. 고인이 수십억의 사채빚으로 인한 정신적 압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내 사채업자들이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에 유가족들과 안재환의 지인들은 타살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선희와 또다른 고인의 지인들은 입장표명을 거부하거나 자살을 확신하고 있어 논란만 가중되고 있다. 특히, 끝없이 '안재환의 지인'이라는 이들이 등장해 충격적인 사실을 흩뿌리면서 진실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이 중 핵심논란은 고인의 사채규모와 채무관계, 죽기 전 사채업자들로부터 심리적 압박을 받았는 여부다. 현재 수많은 지인과 측근, 정선희와 유가족간 어떤 대립된 주장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 봤다.
안재환 가족 - 타살 의혹 제기 "정선희와 안재환 납치됐었다"
안재환의 가족을 대표해 안재환의 셋째 누나 안미선 씨의 입장은 타살이거나 자살에 이르게 한 인물이 있으며, 사채업자에게 납치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미선 씨는 정선희 '납치설' 발언과 이후 이를 전면 부인하는 태도를 지적했고, 최근에는 안재환의 지인이라는 묘령의 인물 A씨로부터 받았다는 안재환 동영상을 근거로 더욱 강력하게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안미선 씨는 9월 1일(안재환, 8월 22일부터 실종된 상태) 정선희에게서 "안재환이 감금돼 있다"는 말을 들었으며, 2일 직접 만났을 때도 "은이사(50대 남성, 안재환이 사채를 빌린 사람)가사람을 데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10일 검찰에 제출한 탄원서에는 정선희가 "안재환과 함께 사채업자에게 납치됐다. 5억원을 준다고 약속한데다, 혼인신고 안 됐다는 것을 알고 풀어줬다. 5억원을 대출받아 줬다. 후에 5억원을 더 요구받았으나 안 줬다"는 말을 했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안재환의 지인이자 안재환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후에도 함께 있었다는 A씨가 등장, "이번 사건과 관련된 동영상이 있다. 유가족의 말이 90%이상 맞다"고 밝히고, A씨와 직접 만났다는 안미선 씨 또한 "우리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며 타살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안미선씨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생이 끌려다니면서 쓴 메모가 있다. 유서라고 알려져 있지만 자살이 아닌데 유서라는 말은 안 맞는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시신이 발견된 차량에서 나온 음식물과 여러 종류의 담배들은 사망 전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 "동생은 배고픔, 더위를 못 참는 사람이다. 죽기 전 먹은 흔적도 없고, 연탄을 피웠으면 정말 뜨거웠을 것"이라며 시신이 발견된 차량내 상황에 대한 의문점도 지적했다
한편 경찰에 대해서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0일 검찰에 제출한 탄원서와 '안재환 동영상'에 대해 조사받을 예정이었으나 21일 경찰 소환을 거부하며 경찰의 수사방향에 대한 불만족을 털어놨다.
안미선씨는 "5일간 경찰서를 오가면서 충분한 진술을 했고 더 이상 조사받을 것이 없다. 내 동생의 죽음을 자살로 몰아가는 경찰과는 할 이야기가 없다"며 경찰 수사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했다.
정선희 - 납치설 강력 부인…사채업자 압박사실은 맞다
정선희는 남편의 사채와 사채업자들에게 협박을 받은 사실은 고백했다. 하지만 납치설은 강력 부인하고 있다. 즉, 이부분이 유족과 가장 큰 입장차를 보이는 부분이다.
9월 29일, 사건을 수사중인 노원경찰서에 출두해 납치감금설에 대해 "그런 말 한 적도 없다.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밝혔으며, 다만 은행대출을 위한 2억 5천만원 빚보증을 선 사실만을 털어놨다. 정선희의 모친도 "너무 황당하니 할말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18일자 시사주간지 '시사IN'에서 "사채업자들에게 압박을 받았다"고 협박사실을 자세히 털어놨으나 납치를 부인했다.
정선희는 "남편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사채업자가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채업자들은 가족과 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채업자들이 나를 만나겠다고 했다. 어떤 사채업자는 건달이 남편을 데리고 있다고,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고 했다. 사채업자들은 말을 계속 바꿔 가면서 공갈하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선희가 말을 바꾸고 있다'는 말이 나돌자 25일자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납치설을 부정하는 입장을 전했다.
그녀는 "9월 2일 사채업자가 매니저를 통해 '돈놀이하는 건달이 재환이를 데리고 있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9월 4일에는 사채업자가 다시 매니저에게 전화를 해 '정선희가 사람을 풀어서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데 가만히 있지 않겠다. 신문사, 잡지사에 안재환의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고 했다(이 전화를 걸었다고 알려진 사채업자이자 안재환의 최측근 지인으로 알려진 원모씨는 그런 적이 없다고 강력 부인하며, 당초 전화를 걸었다고 인정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말을 바꿔 화제가 됐었다) 남편이 실종당했다는데 농담으로 받아들이라니. 그 사채업자 말고도 사채업자들이 당근과 채찍을 들고 나를 압박했다. 사채업자들이 계속 만나자고 했다. 무서웠다"며 협박 사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털어놨다.
"정선희가 안재환과 함께 납치됐다 5억을 주고 혼자 풀려났다"는 유가족의 탄원서에 대해서는 "남편이 실종됐을 때 나는 하루에 생방송 두 개를 하고 녹화 방송이 두세 개씩 잡혀 있었다. 내가 납치되면 세사잉 다 안다. 어떻게 납치가 가능한가"라며 다시 한번 납치설을 강력 부인했다.
한편 남편의 사채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몰랐으나 안재환 측근들로부터 30~60억 정도 된다는 말은 들었다. 경찰서에서는 원금이 30억 정도인데 이자를 합하면 78억 5천만원 가량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고, 실종신고를 안 한 것은 "신고하려고 했으나 남편 지인들이 '요즘 세상에 연예인을 납치하는게 말이 되냐'며 말렸고, 남편이 무너지면 나도 무너지기에 괴로웠지만 숨기며 방송에 나갔다"라고 해명했다.
사채업자 측근 및 안재환의 지인 - "사채업자의 심한 압박"…타살 가능성 있다
사채업자면서 안재환과 '엄마-아들'이라 부르고 지낼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는 65~70세로 추정(매체마다 나이가 다름)되는 원모씨와 역시 사채업자면서 고인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는 측근 김모씨(47세, 남성)가 사건에 대해 가장 많은 발언을 해 왔다.
우선 원모씨는 9월 18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안재환 실종기간) 8월 26일 안재환과 직접 통화했다. 누구랑 같이 있더라. '핸드폰 왜 꺼놨니'하니 (안재환이) '나 복잡해' 라길래 '엄마한테 와라,엄마와 의논하고 나쁜 짓 마라'했다"라고 전화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통화기록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실종기간중 누구와 함께 있었다는 증언의 핵심이 확인이 되지 않았다.
또한 원모씨는 발언을 바꾸면서 논란이 됐다. 9월 18일 한 매체와 "내가 알기로 (안재환은) 사채빚은 없다"고 했으나 15일 또다른 매체에 "안재환이 연락이 끊기기 전인 8월 18일에는 모회장으로부터 1억 5천만원, 21일에는 다른 이로부터 5천만원 총 2억원의 사채를 빌릴 수 있도록 주선해 줬다. 밀린 가게 임대표와 가게 주류비, 직원 월급 등을 치뤘다는 것. 결혼 발표후 빌려간 돈의 액수가 억대로 커졌다. 안재환이 올 1월쯤 '엄마, 선희가 내가 빚이 많으니까 자신한테 피해가 갈까 봐 혼인신고 안 한대. 그래서 싸웠어'라고 털어놨다"라며 "(사채업자) 석회장은 10억 빌려줬는데 죽는 바람에 돈을 떼였다. 내가 아는 사람들 것만 대략 25억인데, 그럭저럭 하면 30억 안 되겠냐"고 밝혀 크게 화제를 뿌렸다. 안재환의 사채규모를 대략적으로 밝혀준 증언이었다.
그리고 정선희가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사채업자의 압박이 있었다"라는 고백에서 밝힌 사채업자가 원모씨 자신인 것으로 알려지자 "나를 포함한 채권자 7명중 안재환-정선희에게 공갈, 협박한 사람 없다. 늙은 사람이 납치할 기운이 어디 있느냐"며 강하게 반발, 정선희의 최초 공갈 협박 시인을 부인했다. 그러나 "어떤 사채업자가 안재환을 납치했으나, 받아낼 돈이 없음을 알자, 납치사실을 지우고자 죽인것 아니겠냐"며 자신의 사견을 내놓아 자신은 아니지만 다른 사채업자들의 압박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김모씨(47)도 "안재환은 지금까지 드러난 채권단 7명 외에 '석모 회장' '광주의 한 사채업자' '은모씨'에게서 거액의 돈을 빌렸으며, 최회장에게서 5억5000만원, 박회장에게서 5억원, 은모씨에게서 2억5000만원을 빌렸다. 그런데 채권자 중 B씨가 빚독촉을 가장 심하게 하며 괴롭혔다. 재환이가 '그를 죽이고 싶다'고 한 적도 있다"며 원모씨의 의혹에 힘을 더했다.
이외에도 다른 사채업자들은 안재환이 사채업자를 통해 다른 연예인들로부터 돈 빌렸을 가능성을 제기하는가 하면, 여자연예인 A씨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으며 그녀를 통해 다른 연예인들의 돈을 빌렸을 것이라며 안재환이 여러 곳으로부터 사채를 끌어쓰며 힘들었음을 알렸다.
여기에 16일 A씨라는 사람이 한 매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안재환 잠적 후 함께 있었다. 사망 전 작성한 유서와 동영상 있다 안씨 누나의 주장이 90%옳다"며 유가족 주장을 두둔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한편 정선희의 측근은 "안재환의 빚이 백억이 넘는다. 경찰수사결과 안씨가 채권자 4~50명에게서 1~2억씩 빌렸다고 한다"고 털어놔 사채규모에 대한 보다 신빙성있는 증언을 내놨다.
경찰측 입장 - 사채규모는 파악, 하지만 사채업자들에게서 타살 혐의점 못 찾아
경찰의 입장은 한결같다. 새롭게 밝혀진 의혹들이나 물증들을 수사할 입장이지만 사채업자들에게서 혐의점을 찾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정선희 및 지인들에 대한 조사 결과 납치에 대해서는 들은바 없으며, 안재환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는 혐의점도 못 찾았다는것이 경찰의 공식 입장이다. 경찰은 "안재환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에 대한 조사는 벌여왔지만 돈 받기 위한 일상적 내용이었을 뿐 협박이나 감금 혐의는 발견못했다"고 전했다.
또한 안재환이 납치 감금됐다고 정선희와 안재환의 유족에게 얘기했던 원모씨가 경찰에게 "안재환과 정선희를 만나기 위해 정선희의 매니저에게 안재환이 납치됐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후에 말을 바꾸면서 그나마 남았던 단서도 거짓인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21일 안미선씨가 경찰 소환을 거부하자 한 스포츠매체를 통해 "탄원서를 낸 당사자가 조사에 응하지 않으니 경찰로서는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추후에도 소환에 불응한다면 검찰에 현재 상황을 보고할 계획이다. 수차례 조사를 받지 않으면 검찰 차원에서 탄원서를 각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