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란으로 드라마가 홍보돼 차라리 좋다."
MBC 새 수목드라마 '종합병원2'의 노도철 PD가 '포스터 표절 논란'에 대해 12일 제작발표회에서 밝힌 입장이다. 언뜻 여유롭고 호기로워 보이는 반응이다.
그러나 표절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창작자가 어떻게 이같이 가벼운 반응을 보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부에서 의혹이 일어도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도 홍보에 도움된다면, 상관 없다는 사고방식으로 풀이된다.
노PD는 제작발표회에서 포스터 표절 논란과 관련해 "포토그래퍼에게 주인공 전원이 등장할 것, 위압감 없이 웃고 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것을 주문했다. 표절은 아이디어나 콘셉트가 비슷한 것을 뜻하는데 ('종합병원2' 포스터는) 무엇이 표절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 효과로 드라마 홍보가 돼서 좋다"고 웃어보였다.
즉 문제가 된 '종합병원2'의 포스터와 미국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포스터는 아이디어나 콘셉트가 다르다는 뜻이다.
포스터에 있어 아이디어와 콘셉트가 정확히 어디까지 의미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문제가 된 두 포스터는 상당부분 '아이디어'와 '콘셉트'가 겹친다. 하이앵글로 잡은 수술실 배경, 등장인물이 서있는 구도, 수술도구가 배치된 자리가 비슷한 것. 이를 두고 '아이디어'와 '콘셉트'가 비슷하다고 하는 표현 외에 다른 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물론 표절이 아닐 수는 있다. 의학 드라마라는 특성상 의사가운과 수술실을 등장시키고, 미국드라마 등 전문직 드라마에서 자주 쓰이는 '등장인물 모두 세우기' 수법을 쓰다보면 '우연의 일치'로 비슷한 분위기의 포스터를 내놓을 수도 있다. 모든 의학드라마가 이같은 구도를 그리지는 않지만, 몇만분의 일의 확률로 창작자가 같은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포스터를 작업한 MBC 사진팀 이영재 팀장은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100% 우리의 창작물이다. 처음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한 시안도 아직 갖고 있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포스터를 본 적은 있지만, 인물들이 누워있는 등 다른 버전이었다. 표절의혹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담당PD가 일부의 표절 의혹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그의 말투는 '논란을 만들어봐야 나는 홍보 효과를 본다'는 비아냥에 가까웠다.
앞으로 '종합병원2'는 기존의 의학드라마와 끝없는 비교, 대조 작업을 거칠 전망. 이미 이날 제작발표회에서는 유괴범과 피해자를 다룬 에피소드가 지난해 방영된 SBS '외과의사 봉달희'의 일부분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종합병원2'는 국내 의학드라마의 '원조'라 불리는 '종합병원'의 속편이다. 국내의 '원조'라는 자부심이 있는 만큼,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제작진의 진지한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이날 노도철PD의 언행이 벌써 '스타PD'가 된양 우쭐한 감정에서 터져나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