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속 3차원 CG의 난제들
3차원 컴퓨터그래픽(CG)의 세계에서는 동물과 사람, 괴물과 로봇, 환상과 미래가 실제보다 더 실감나고 생생하다. 그러나 CG에도 2% 부족한 부분이 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은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문화콘텐츠콤플렉스에서 ‘제2회 컬처테크놀로지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할리우드에서 8년 동안 영화 CG 전문가로 활동하다 올해 KAIST에 부임한 백지원 교수와 월트디즈니영화사의 지수스 카널 CG 총책임자의 심포지엄 발표를 중심으로 3차원 CG가 극복해야 할 6가지 난제를 꼽아봤다.
[1] 나풀거리는 치마는 너무 싫어
걸어가는데 무릎이나 팔꿈치가 옷을 찢고 튀어나온다면? CG의 세계에서는 늘 일어나는 일이다. 백지원 교수는 “CG로 만들기 가장 어려운 걸 꼽는다면 자연스러운 옷의 움직임”이라며 “특히 나풀거리는 3단 치마가 까다롭다”고 말했다.
몸과 옷은 컴퓨터에서 따로 만든 뒤 각각 물리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합성한다. 이때 옷과 몸이 충돌하면서 숱하게 팔다리가 옷을 찢고 나온다. 영화 아티스트가 장면마다 옷을 수동으로 잡아당겨 고쳐야 한다. 사람의 행동과 옷이 충돌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지만 아직은 쉽지 않다.
백 교수는 “CG는 ‘스파이더맨’이나 ‘인크레더블’ 등 몸에 달라붙는 옷을 훨씬 좋아한다”고 말했다.
[2] 그녀의 머리 감는 장면은 언제쯤
여배우가 금방 머리를 감고 나온 장면에 매력을 느끼는 ‘늑대’들은 아직 CG로는 기대하지 마시길. CG는 물이 어떤 물체와 만나면 한숨부터 나온다. 더구나 긴 머리카락이 물에 젖기라도 하면 두 손을 든다. 왜 애니메이션에서 사람이 적게 나오고, 머리를 감지 않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카널 총책임자는 “2010년 디즈니에서 머리 길이만 21m에 달하는 ‘라푼젤’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나오는데 이때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3] 군중 신 속엔 말썽꾸러기 꼭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 ‘미이라’ 등의 대규모 군중 신은 언제 봐도 박진감이 넘친다. 그러나 대규모 군중이 말썽을 부리는 건 실사 영화와 마찬가지. 그래픽 속 군중이 다른 사람이나 장애물을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피해가거나, 걷다가 뛰고 다시 공격하는 등 서로 다른 동작들을 연결하는 건 아직 어색하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컴퓨터 안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대중은 CG 작업에 엄청난 숙제다. 엑스트라를 많이 쓰면 돈이 많이 드는 것처럼 군중을 만드는 소프트웨어도 매우 비싸다.
[4] 그들의 표정까지 카피하라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베오울프’에서는 레이 윈스톤과 앤젤리나 졸리 등 실제 배우를 CG로 만들어 화제를 낳았다. 특히 영화 속 장면에서 CG로 만든 인간에 눈동자와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까지 들어 있어 놀라움을 안겨줬다.
여기에 사용된 기술이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인 ‘퍼포먼스 캡처’다. 실제 배우나 대역들의 몸에 센서를 붙인 뒤 그들의 동작을 디지털로 저장해 CG 속 배우에게 입히는 것이다. 문제는 실제 배우와 CG 속 배우의 몸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 교수는 “둘의 차이를 없애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5] 2차원 애니의 자연스러움을 향하여
미국 애니메이션 ‘슈렉’이 일본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보다 낫다고? 고개를 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자연스럽게 만들어도 슈렉은 컴퓨터 그래픽인 게 뻔히 보인다. 그러나 잘 만든 2차원 애니메이션은 마치 명화를 보듯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프레임 하나하나 손으로 그리니 그림처럼 보이는 게 당연하다.
언제쯤이면 3차원 CG가 ‘고상한 명화의 느낌’을 선보일 수 있을까. 카널 총책임자는 “2010년쯤에는 명화의 느낌을 보여주는 CG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6] 느린, 너무나 느린 변환 과정
3차원 CG는 영화관에서 상영하려면 다시 2차원 프레임(애니메이션의 1초는 24개의 프레임으로 구성된다)으로 바꿔야 한다. 문제는 변환(렌더링) 시간.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프레임당 변환 시간이 1∼2시간씩 걸린다. 영화 전체를 바꾸는 데 드는 엄청난 시간을 줄인다면 영화표가 훨씬 싸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