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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 '나도 알아 내가 별로라는 걸'

 



 ‘이쁜 것들은 다 묻어 버리고 싶다’는 그녀, 못생겨도 참 못생겼다. 게다가 툭하면 ‘삽질’을 일삼는 엉뚱함에 촌티나는 패션과 부스스한 머리. 과연 누가 그녀를 사랑해주랴?

그 뿐만이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홍조증에 우울증, 소심증, 화병, 피해과대망상증까지 현대인의 질병을 골고루 가진 사회적 ‘미숙아’ 양미숙. 한국 영화에서 가장 독특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한 사랑스러운 그녀 공효진(28)을 만났다.

공효진이 보는 양미숙

그녀를 만나 제일 먼저 물었다. 아직도 양미숙인 채로 살아가고 있냐고. 그녀의 대답은 오히려 단호했다.

“내 안에 양미숙은 없어진 지 오래다. 영화를 봐도 양미숙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양미숙이다. 일종의 ‘빙의 현상’이랑 비슷한 것 같다. 분명히 내가 연기한 양미숙이 맞긴 한데, 내가 아닌 것 같은. 하지만 양미숙이라는 존재는 나의 분신처럼 내 옆에 항상 따라다니는 존재인 것은 확실하다.”


양미숙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 그리고 동정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본 공효진은 양미숙 역할을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양미숙이라는 인물이 자꾸 마음에 걸려서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고.

“양미숙이라는 인물을 내 스스로가 동정한 것 같다. 기술 시사를 보고 새벽에 혼자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하는데 양미숙에게 묘한 연민 같은 것이 느껴지더라. 죄책감이라고 해야할까? 영화를 보시는 관객도 그러한 감정을 느낄 것 같다. 영화를 볼 때는 그저 웃고 떠들지만 영화가 끝나면 괜히 여운이 남는, 그런 영화가 바로 ‘미쓰 홍당무’다.”

세상의 왕따들이여, 양미숙을 봐라

영화 ‘미쓰 홍당무’는 코미디 장르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18세 관람가’라는 등급 판정을 받았다. 공효진 역시 그 점을 매우 아쉬워하고 있었다.

“‘미쓰 홍당무’는 왕따, 외톨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꼬집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실 사회적인 외톨이도 많이 있지만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존재하는 외톨이들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를 보고 만약 자신이 누군가를 괴롭히는 가해자의 입장이라면 상대방에게는 평생의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반대로 자신이 외톨이라면 양미숙을 보고 좌절하지 않고 외톨이가 아닌 존재감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나도 알아, 내가 별로라는 걸”

기자가 말했다. 어느 영화 정보 프로그램에서 ‘미쓰 홍당무’의 메이킹 필름을 봤는데 어느 장면에서 공효진 씨와 이경미 감독이 모니터링을 하면서 울고 있었다고. 그랬더니 다시 그녀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대사 중에 ‘나도 알아 내가 별로라는 걸’이라는 대사가 있다. 상황적으로만 보면 굉장히 웃긴 대사다. 하지만 나는 그 대사가 참 마음이 아팠고, 연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가 별로라는 것을 인정하는 장면이었는데 후련하기도 하면서 굉장히 슬펐다. 그런 양미숙이 너무 불쌍해서 감독님과 울었던 기억이 있다.”

양미숙 이후의 공효진

혹자는 ‘미쓰 홍당무 이후에 공효진은 없다’고 얘기했고, 제작은 맡은 박찬욱 감독 역시 ‘이제 공효진은 은퇴를 해야 하지 않냐’는 농담을 할 정도로 그녀의 변신은 대단했다. 양미숙 이후에 보여진 공효진은 어떤 모습일까?

“주변 사람들의 그런 평가는 늘 감사하고 나에게 과분한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하고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부담감은 늘 있어왔다. ‘미쓰 홍당무’의 양미숙을 연기하면서 더 많은 숙제를 얻은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에게 주어진 숙제를 조금씩 완성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