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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마다 매출 급감을 우려하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광고시장 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투입 대 산출의 효용성이 떨어지는 프로그램들은 대폭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특히 드라마는 직격탄을 맞았다. 몇몇 드라마는 폐지됐다.
폐지된 드라마 자리에는 예능프로그램이 전진 배치되고 있다. MBC는 ‘내 여자’를 끝으로 주말 특별기획드라마를 없애고 ‘명랑히어로’를 앞당겨 편성한다. SBS도 금요드라마를 폐지하고 그 자리에 ‘웃음을 찾는 사람들’과 신설 오락물인 ‘절친노트’를 연속 배치했다.
호황 속에 예능프로그램이 나온 게 아니어서 유지는 하되 제작비 절감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높은 출연료를 받는 예능MC들, 특히 출연료를 많이 받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는 외부 MC들은 대폭 교체할 방침이다.
여기서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른 MC가 자체 직원인 아나운서들이다. 하지만 예능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아나운서(아나테이너)를 찾기란 쉽지 않다. KBS의 한 예능 PD는 “노현정, 강수정 아나운서처럼 예능적인 감각을 지닌 아나운서가 자주 나오는 게 아니다”고 말한다. 제작비를 줄인다고 기용한 예능물의 자체 아나운서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면 그 이후 상황은 충분히 예견된다.
아나테이너는 자신의 적성과 능력이 프로그램의 특성과 합치될 때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하지만 최근 1~2년간 예능 프로그램의 아나운서 기용은 대부분 실패로 귀결됐다. MBC는 문지애 서현진 손정은 박현정 등 간판 여자아나운서들을 총동원해서 만든 ‘지피지기’를 차별화시키지 못한 채 조기종영했던 경험을 지니고 있다.
KBS에는 최근 ‘상상플러스’의 최송현과 이지애, ‘스타골든벨’의 박지윤 아나운서 등이 배출되기는 했다. 하지만 KBS에는 소위 아나테이너로 유명해지기만 하면 거의 회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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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현 박지윤 신영일 손미나 김성주 강수정 김병찬 노현정 등 최근 1~2년 사이 퇴사한 아나운서 중에는 KBS 아나테이너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직원 신분에서 유명해진 아나테이너가 회사를 사직한 후 프리랜서로 다시 돌아오면 제작비 절감 효과가 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공백이 생긴 예능MC 자리를 무작정 자체 아나운서로 기용할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속성과 아나운서의 역할이 잘 물려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역대 아나테이너 중 최고의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노현정이 ‘상상플러스’에 나왔을 때는 아나운서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는 기획으로 그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걸5’의 강수정 아나운서 이후부터는 프로그램 포맷을 생각하지 않고 트렌드에 편승해 여성아나운서를 기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는 아나운서의 정체성 논란으로 이어져 결국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요즘 유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물에 투입된 아나운서들은 춤과 노래 등 개인기와 사담으로 예능인과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아나운서는 예능인들에 비해 애드리브나 유머감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김성주가 MBC에 재직할 당시에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지만 프리랜서로 ‘명랑히어로’에 출연하면 존재감이 확 떨어진다. KBS라는 울타리 내에서는 주목받던 강수정 아나운서도 프리랜서 선언 이후 예능물에서는 미진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아나운서가 섹시댄스와 성대모사로 한두 차례 주목받을 수는 있어도 시청자들은 금세 싫증을 느낀다. 이미 단정한 여성아나운서라는 판타지는 사라진 상태다.
한 예능 PD는 “아나테이너는 공영방송인 KBS가 싼 맛에 예능물에 자기 식구들을 썼기 때문에 출현한 것이다. 아나테이너가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지만 잘못 운영하면 불청객이 될지도 모른다”고 무분별한 아나테이너 기용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