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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소니'가 전설의 '타짜'가 돼 돌아왔다. SBS '타짜'의 조상구(54·본명 최재현). '짝귀' 역할을 맡은 그는 지난달 28일 방송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내며 주인공 고니와 교도소에서 운명적 조우를 했다. 비장하고 예리한 자신의 이미지 그대로 등장한 그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중. "인상이 강해서 좀 부드러운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뜻대로 안됐다"며 그는 웃었다.
"출연 제의 받고 하루 만에 촬영에 들어갔어요. 없던 배역이 갑자기 생겼다네요. 원작에서는 짝귀가 아귀와 쌍벽을 이루는 주요 인물이잖아요. 드라마에서도 시청률 때문에 '깜짝 처방'을 내린 거죠.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는 고니와 손을 잡고 아귀를 치게 될 것 같아요. 저로서는 '야인시대'(2002~2003년)의 시라소니 이후 가장 큰 배역입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식객'에서 도축된 소를 분해하는 정 형사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가 곧바로 만화가 허영만 드라마에서 눈길 끄는 배역을 맡게 된 것이다. 80년대 '공포의 외인구단'(1986년), '지옥의 링'(1987년) 등 이현세 원작 영화를 통해 얼굴을 알린 그로서는 이래저래 만화와 인연이 특별한 셈. 그와 이현세씨는 경주 노산동 '배꼽친구' 사이다.
"단역 생활만 하던 저였는데, 현세가 밀어줘서 '공포의 외인구단'에 캐스팅될 수 있었죠. 그때 배역 이름이 조상구였는데 이후 이름도 바꿨어요. 허 선생님하고도 함께 자주 어울렸어요. 현세를 통해서 친해진 거죠. 뭐 두 사람이 워낙 라이벌이긴 하지만…."
'지옥의 링'에서 주인공 오혜성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오르는가 싶었던 그는 이후 긴 침묵의 시간을 갖게 된다. 조연으로 간간이 TV와 영화에 출연하다가 90년대 중반부터 7년간은 아예 연기를 중단했다. "그래도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오혜성을 연기했던 배우인데 들어오는 배역이 너무 시덥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 영화 번역. 최근에는 그만뒀지만 19년 동안 1800여 편의 극장·비디오 영화를 번역했다. '레옹'(1994년), '타이타닉', '맨 인 블랙', '제5원소'(이상 1997년) 등 숱한 명작들이 그의 손을 거쳐 극장에 걸렸다. "하루에 꼭 영화 한 편을 보셨던 영화광 아버지 때문에 할리우드 배우를 꿈꿨다"는 그는 학창 시절부터 영어 공부만큼은 최선을 다했고 대학(동국대)에서도 영문학을 전공했다. 한때 이 분야 최고로 꼽혔던 그이지만 "그저 밥벌이를 위한 일이었다.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며 쓰게 웃었다. 배우로서 다시 세상의 이목을 끌고 있는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의외성'을 보여주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것. "제 인상이 무섭다고들 하시는데 평소에 저를 보고 귀엽다, 우습다고 하시는 분 많아요. 여러 가지 맛이 나오는 배우가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코믹 캐릭터부터 도전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