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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지아(27)는 운이 좋은 편이다. 데뷔작인 MBC ‘태왕사신기’(2007)에서 주인공 수지니 역을 맡아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고 드라마도 ‘대박’을 터뜨렸다. 두 번째 작품 MBC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도 주인공 ‘두루미’ 역을 따내더니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지아는 이제 데뷔 2년차의 신인이다. 26살, 늦은 나이에 데뷔했고 데뷔하기 전 2~3년의 준비시간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배우로서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다. 그런 그가 배우로 첫 발을 내딛으며 가장 기본적으로 준비하는 게 배역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일이다. 모든 배우들이 그러하듯 이지아 역시 두루미를 연기하며 조금씩 닮아가고 있었다.
두루미 스타일VS 이지아 스타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지아는 단정하긴 했지만 의외로 수수한 모습이었다. 검은색 니트티에 검은색 치마, 굽이 없는 검은색 부츠를 신고 독특한 문양의 검은색 반지를 집게 손가락에 끼고 있었다. 무채색 계열의 옷을 주로 입는 ‘두루미’와 별반 다르지 않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두루미 의상은 주인공 답지 않게 평범하다. 하지만 이지아는 “의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아는 “두루미는 경제적으로 충만한 친구가 아니다. 공무원 하다가 그만둔 백수다. 명품 가방 가지고 다니고 화려한 옷을 바꿔가며 입는다면 말이 안 된다”며 “두루미 가방은 단 하나다. 매회 같은 가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액세서리를 하고 싶은데 경제적 여건이 안 되니 팔에 리본을 한다. 바이올린 연주할 때 목걸이나 팔찌 등 거추장스러운 액세서리를 못 한다. 하지만 리본을 하면 포인트도 되고 연주하는 데 문제도 없다”고 했다.
또 주요 배경이 집안이나 연습실이라 차려입을 일이 없는 장면이 많다. “실제로 연주하는 분들이 연습할 때 트레이닝복을 입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출연할 수 없으니 편안한 스타일로 입는다”는 것이다.” 한번은 바이올린 연주하는 신을 찍으면서 한 쪽에만 구슬이 있는 목걸이를 했다. 바이올린을 턱으로 괴고 연주하는 쪽에는 장식이 없었다. 이를 보고 스태프가 목걸이가 돌아갔다가 착각하는 일도 있었다.
드라마의 인기가 높고 방송 3사 수목극 중 유일한 현대극의 여주인공인 터라 의상 협찬도 많이 들어오지만 대부분은 거절하고 있다. 이지아는 촬영 의상 중 80~90%는 직접 준비한다. 옷은 많은 편이지만 대부분 시간 날 때 소속사 직원들과 함께 동대문이나 남대문 시장 등에서 구매한 옷이고 실제로도 수수한 옷차림에 포인트 되는 액세서리 하는 것을 좋아한다. 두루미 스타일과 이지아 스타일은 별반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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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마니아 ‘두루미’ VS 록 마니아 ‘이지아’
‘두루미’는 클래식을 사랑하지만 이지아에게 클래식이 그리 친근한 장르는 아니었다. 이지아는 “음악은 좋아하는데 클래식을 접할 기회가 딱히 없었다. 처음에 배역을 맡고 나서 어쩔 수 없이 듣고 알아가고 있지만 점점 빠져들어간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지아는 두루미를 연기하기 위해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기 4개월 전부터 바이올린 맹훈련에 들어갔다. 지금도 새우잠 자면서 촬영하고 있지만 바이올린 레슨은 정기적으로 꼭 받는다. 연주 신이 있는 날이면 과외 강사가 촬영장까지 함께 와 지도한다. 이지아는 “바이올린은 연주하는 자세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카메라를 풀 샷으로 잡아도 조금만 틀리면 금방 티가 난다. 또 두루미가 악장이기 때문에 단독 샷도 많고 내가 보잉하는 내 손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보면서 연기하며 연주해야 하니 더 힘들다. 주법도 너무 많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가장 힘든 점은 “3시간 짜리 베토벤 9번 교향곡을 연주하겠다고 했는데 어느 대목을 하는지 말씀 안 해 주신다”며 순간을 위해 곡 전체를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을 꼽았다.
고생하며 연습해서 그런지 클래식에 대한 애착이 많아졌다. 이지아는 실제로 록을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클래식의 재미에 푹 빠졌다.
‘두루미’가 청각을 잃는다면...VS‘이지아’가 시력을 잃는다면...
음악하는 사람이 청각을 잃는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두루미가 청각을 잃어가며 느끼는 절망, 상실감, 고통을 이지아는 100%는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두루미를 이해하기 위해 ‘시각’을 잃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두루미 귀가 멀게 된다는 것은 보통 사람이 청각을 잃는 것보다 훨씬 큰 시련이고 절망이다. 17년 동안 바이올린 했는데 못하게 된다면 슬프고 절박할 것이다. 얘기하다보면 눈물이 난다. 나는 비주얼 적인 것을 좋아하니까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하며 두루미를 이해하려 애쓴다.”
강마에를 사랑한 ‘두루미’VS이지아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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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아가며 강건우가 아닌 강마에를 선택했다. 시청자들은 강마에의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애정 표현 방법에 뜨거운 반응을 보내며 두 사람을 응원하고 있다.
이지아에게 두 남자 주인공 이야기를 꺼내니 “둘 중에 한 명을 고르라면 고를 수 없다”고 답했다. 이미 많이 질문 받았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실제 강마에 같은 사람은 “무서워 못 만나겠다”고 했다. 두루미를 물에 빠뜨리고 구해주지도 않으니 어떤 여자가 좋아하겠는가? 이지아는 “강마에가 한 번 불타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불 붙으면 오래 간다”고 칭찬하면서도 “현실성이 없다. 그렇게 심하면 어디에 쓰겠어요?”라며 손사래쳤다. 강마에의 매력을 인정하면서도 드라마 속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캐릭터임을 순순히 인정했다.
‘두루미’ 성격 VS ‘이지아’ 성격
‘베토벤 바이러스’ 등장 인물들은 한번 실패를 경험한 루저들이다. 성격 파탄에 가까운 엘리트주의자 강마에, 사랑을 빼앗긴 강건우, 청각을 잃은 바이올리니스트 두루미, 치매 노인 오보이스트 김갑용, 밤무대 출신 트럼펫터 배용기, 실력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플루트 연주자 하이든, 백수 바이올리니스트 김주연 김주희 등 모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두루미는 항상 주변 사람들의 상황을 보다듬으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은 잘 챙기질 못한다.
실제 이지아는 낯을 많이 가려서 “그렇게 오지랖이 넓지는 않다”고 자신의 성격을 설명했다. 하지만 친해지면 웃고 떠들고 간섭하길 좋아한다.
루머로 힘들었지만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 때문에 루머도 커졌다. 이지아는 “낯을 가려서 남들 앞에 나를 보이는 게 부담이 컸다. 회사에서도 대중들 앞에 나서라고 등 떠미는 스타일이 아니라 팬들 앞에 많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했다. 루머 때문에 여자로서 자존심도 상했다. 시간이 지난다고 덤덤해지고 익숙해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팬들과 가까워 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지아는 조금씩 대중들에게 모습을 보이면 나아질 것이라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