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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국민가수 신승훈 “늘 변화하는 가수의 롤모델 되고 싶다``

 



 '신승훈스럽다'는 국어사전엔 없지만, 설명 없이도 통용되는 형용사가 됐다. 그의 노래는 한국적 '한'의 정서가 깔린 비통한 발라드를 대표했다.

이런 '발라드 황제'의 변심은 신선한 충격이다.'미소 속에 비친 그대'(1990)로 데뷔, '보이지 않는 사랑'(1991) '그후로 오랫동안'(1994) '아이 빌리브'(2001)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발라드 히트 넘버를 손에 쥐며 1500만 장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신승훈이 발라드가 아닌, 모던록을 대표곡으로 내세운 프로젝트 앨범 '라디오를 켜봐요'를 발표했다.

데뷔 18년 만의 첫 시도다. "난 언제나 음악 종합 선물 세트로 음반을 만들어 왔지만 발라드만 유난히 빛이 났다"며 맺혔던 말을 꺼낸 신승훈은 "지금껏 쌓은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늘 변화하는 가수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 18년을 맞은 내 음악은 이번 터닝 포인트를 통해 새로운 호흡으로 2막을 열어갈 것"이라며 현재진행형의 진화를 꿈꾸고 있었다. 18년차 발라드 황제, 신승훈의 변심엔 이유가 있었다.

-앨범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앨범이 발매되기 전 '신승훈, 이번엔 록'이란 기사가 나오면서 팬들의 걱정이 컸다.내가 로커처럼 가죽바지에 머리 기르고 나올 줄 알았나보다. (웃음) 앨범 나온 후엔 다 풀렸지만…. 팬들도 나도 만족한다. 방시혁·황성제·이승환 등 후배 작곡가들이 좋은 평가를 많이 해줘 음악적으로도 만족한다."

-처음으로 프로젝트 앨범을 냈는데, 장르의 변화도 있다

"10집을 발표한 후 내 음악에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번 음악적인 일탈은 더 좋은 11집을 위해 가는 과도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늘 정규 앨범을 내야한다는 강박 관념에 눌려 있었는데, 프로젝트 앨범을 낸다고 생각하며 마음이 너무 편안했다. 중견이라 이젠 '아직은 잘 못해요'란 핑계가 통하지 않을 나이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프로젝트를 해보면서 한 번에 모든 걸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을 벗었다. 제목도 '기대치 않은 반전(Unexpected Twist)'. 내 음악에 터닝포인트가 될 신선한 경험이었다."

- 데뷔 후 처음으로 미니앨범을 냈다.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려는 노력인가.

"시대가 변한 것은 사실이다. 예전엔 이문세·변진섭 선배의 테이프나 CD를 사면 처음부터 끝까지 전곡을 다 듣고 외우지 않았나. 하지만 요즘은 온라인서 자기가 듣고 싶은 노래만 짜집기해서 듣는 옴니버스 시대가 됐다. 예전처럼 10곡을 앨범에 담아 그 '자식'같은 노래를 책임질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감 없는 부모가 되는 기분도 들더라. 한 여섯 곡 정도는 책임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만큼만 넣었다."

- 벨소리나 통화 연결음에 맞는, 후렴구가 강조된 일명 '후크송'이 대세다.

"세상의 변화는 인정한다. 내 노래 '보이지 않는 사랑'을 벨소리로 깔 수 있겠나. 음악도 시대에 따라 맞춰 변화하겠지…. 예전엔 순진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스피커가 진화하면서 생활의 질도 높아지면 좋은 소리를 담는 음악들이 나올 것이란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반대 상황이다.

가수들이 녹음 과정에서 좋고 풍부한 소리를 담아봐야 믹싱할 때 컴퓨터 스피커를 가져다 놓고 해 소리를 다 압축하지 않냐. 풍부한 소리가 컴퓨터 안에서 단순하게 압축돼 버린다. 댄스 음악이야 그렇다 쳐도 20인조 오케스트라로 만든 사운드도 누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지만 어쩌겠는가.

30년 전 음악이지만 비틀즈나 핑크플로이드 같은 그룹의 음악은 지금 들어도 사운드가 깊고 풍부한데, 나중에 지금 시대의 음악을 후세대에서 들으면 창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은 바퀴벌레처럼 지구가 멸망해도 어딘가 음악은 남아 있을 텐데…. 참 한탄스럽다."

- 후크송들이 판치는 시대에 어쿠스틱한 느낌의 노래를 만들었는데….앨범 타이틀은 '라디오 웨이브'로 어쿠스틱한 느낌을 담았다.

"음악적인 일탈은 미래지향적이지만 음악은 오히려 초심, 기본으로 돌아갔다고 봐야 옳다. 예전에 데뷔 전 난 늘 어쿠스틱 기타를 잡고 작곡을 하고 노래를 했던 사람이니까 말이다.

최근 즐겨 듣는 음악이 제이슨 므라즈· 존 메이어의 곡이었으니 자연스레 일탈의 첫 장르는 모던록이 됐다."( 신승훈의 앨범엔 다양한 스타일의 모던록과 발라드 감성이 어우러졌다. 미디엄 템포의 모던록 '헤이', 대표곡 '라디오를 켜봐요'는 발라드와 록의 감성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리버브 없이 꾸밈없는 신승훈의 보컬이 마치 귓가에 대고 노래를 불러주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라디오를 켜봐요'와 연작 형식인 '나비 효과'는 시인 원태연이 노랫말을 붙인 발라드곡이다. 고급스런 팝스타일의 '아이 두(I Do)' 등이 담겼다.)

- 싱어송라이터가 사라져 가는데…·

"싱어송라이터를 아껴주는 문화가 없기 때문 아닐까.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한다고 '뮤지션'이 아니지 않나. 18년차인 나도 아직도 뮤지션이 되려고 노력하는데, 한국에서는 가수가 2년 정도 활동하면 '뮤지션'이란 호칭을 붙여주더라.

음악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뮤지션'이고, 진정한'뮤지션'이 칭송을 얻은 후에야 '아티스트'가 되는 것인데 말이다. 내가 보기에는 우리나라에 아티스트는 (조)용필이 형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저 어린 가수들과 뮤지션, 그리고 아티스트를 다르게 대우해주는 분위기가 돼야 싱어송라이터가 더욱 인정을 받고 후배들도 따라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승훈스럽다'는 어떤 뜻일까.

"음…신승훈이 되고 싶은 모습은 안주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 가수는 5년 주기로 생명력이 끊긴다고 하는데, 난 계속 변화하면서 내 성공이 운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조용필형이 35주년 공연을 서울 주경기장에서 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감사했다. 내 롤모델이 돼 주었기 때문이다.

조용필형이 없었으면 빌리조엘이나 스티비 원더가 내 롤모델이 되지 않았을까. 난 용필이 형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 조용필 형이 그렇듯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롤모델이 되고 싶다.

지금까지 한 18년에 또 전혀 다른 18년을 바라볼 수 있는, 안주하지 않는 가수가 되고 싶다. 선배로서 요즘엔 책임감도 많이 생긴다. 실력은 있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 후배들을 내 공연 무대에 세울 계획도 세웠다. 이젠 나만을 위한 무대가 아닌 가요계를 위한 무대를 만들겠다."

-신승훈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내 수상 경력이나 음반 판매량, 뭐 이런 수식은 필요 없다. 그저 '노래를 할 줄 알았던 사람' 정도면 좋지 않을까 싶다. 노래를 잘 하다가 아니라 노래를 할 줄 알았던, 그게 내겐 가장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