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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완성도 높이며 대중과 호흡… 에픽하이·브아걸 차별화 성공
마치 골리앗을 대적하는 성경 속 다윗을 보는 듯하다. 올 가요계에는 절대적 열세 속에 1등을 위협하는 2등의 반란이 무섭다.
에픽하이와 브라운아이드걸스는 각기 음반과 음원 차트에서 발매와 함께 '2위'를 고수하고 있다. 대형 기획사에 속하지 않았고 대형 팬클럽을 보유한 것도 아니고,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도 아니다. 이들이 당대 '1위' 동방신기 원더걸스와 절대적 열세 속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저력은 무엇일까.
우선 에픽하이는 아티스트와 대중 스타의 경계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소품집 <러브 스크림>은 발매 20일 만에 이렇다 할 프로모션 없이 2만6,000장(한터차트 기준)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4집과 5집에 이은 또 하나의 성공이다. 대형 기획사에 의한 물량 공세와 기획력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중문화평론가 강명석 씨는 "에픽하이는 대중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대형 기획사에 의한 맞춤형 그룹이 아닌 직접 음악을 만들고 대중과 호흡한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우리에겐 음악밖에 없다"고 자신할 정도로 음악의 함량을 높이는데 주력해왔다. 그런 덕택에 대규모 프로모션은 없지만 음반을 사서 들어볼 만하다는 대중의 선호도는 높은 편이다. 팬클럽이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지만 10대에서 30대까지 여성과 남성을 편중되지 않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타블로는 "아마 큰 회사에 속했다면 지금같이 음악을 하지는 못했다. 우리의 생각대로 음악을 만들다 보니 '거친' 느낌이 사는 것 같다. 우리는 '메이저 속 마이너'가 아닐까 한다. 대중성을 가지고 있지만 색깔이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올해 가요계의 '복병'이다. 상반기 미니 앨범 <러브>로 차트를 뒤흔들더니 하반기에는 <어쩌다>로 인기가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멤버들은 '친근감'에서 인기 요인을 찾았다.
제아는 "처음에는 다른 여성 그룹이 부럽기도 했다. 인형같이 예쁘게 차려 입고 나온 모습이 내가 보기에도 멋있어 보였다.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음악으로 승부하고 있는데, 차별화에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친근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음악은 절대 만만치 않다. 철저히 대중적 코드를 분석해 변화무쌍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보컬 그룹에서 댄스 그룹으로, 발라드에서 일렉트로닉으로 자연스럽게 옷을 갈아입으면서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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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요 관계자는 "두 그룹 모두 외모나 물량으로 승부하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음악적 역량이 바탕이 되면 여타 불리한 조건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