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말은 조심해야 한다. 영화 ‘올드보이’를 보면 아무 이유없이 15년을 갇혀 있었던 것도 결국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 때문이었다.
미국의 음료수 회사 닥터페퍼가 말 실수로 아주 큰 홍역을 치루고 있다. 닥터페퍼(사진)는 국내에도 마니아들이 있을 만큼 잘 알려진 탄산음료다.
그런데 이 회사는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의 하드 록 밴드 ‘건즈 앤 로지스(Guns N’Roses)’가 17년째 만들고 있는 ‘chinese democracy’ 앨범을 올해 안에 내면 미국의 전 국민에게 음료수 닥터페퍼를 돌린다고 비꼬듯 약속을 했다. 이런 약속의 내면엔 언제나 그렇듯 절대 못한다는 계산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이것이 화근이 됐다.
국내에도 수많은 마니아 팬층을 거느린 ‘건즈 앤 로지스’가 1991년부터 줄곧 만들겠다고 해왔던 ‘chinese democracy’ 앨범을 11월 23일 전격 발표한다고 선언했고, 이 날은 닥퍼페퍼의 발등에 불 떨어진 날로 기억되게 생겼다.
전국민을 상대로 했던 약속 이었기에 지키지 않을 수도 없고 닥터페퍼는 결국 약속 이행에 들어갔다. 11월 23일 당일 하루만 닥터페퍼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하면 20온스짜리 캔 음료를 받을 수 있는 무료 쿠폰을 받을 수 있고, 이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23일부터 28일까지다.
미국 전국민이 23일 하루 모두 등록한다면 1억7천만 달러가 든다는 해외 블로거들의 계산도 나왔다. 사실 닥터페퍼가 이런 제안을 했던 것은 신제품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건즈 앤 로지스’의 완벽주의에 빗댄 마케팅 전략이었다.
해외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닥터페퍼가 잊혀져 가는 ‘건즈 앤 로지스’를 제대로 부활시켜줬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