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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좁아지는 아나운서 입지 살리기 위해 프리랜서 결심
퇴사 전 김성주는 MBC의 간판 아나운서였다. ‘사과나무’로 얼굴을 알린 그는 ‘황금어장’, ‘일요일 일요일 밤에-경제야 놀자’ 코너 등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여타 다른 남자 아나운서들과는 다른 친근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이후 2006 독일 월드컵으로 MBC의 얼굴로 자리잡았다.
“제가 MBC에 늦게 입사한 편이에요. 아나운서의 꿈을 안고 도전했지만 번번이 떨어져 결국 케이블 채널에서 스포츠 캐스터로 방송에 입문했죠. 하지만 그마저도 회사가 망하면서 거리에 나앉게 될 뻔했는데...MBC가 저를 받아줬어요. 어렵게 들어간 만큼 TV에 얼굴을 비출 기회가 생기면 가리지 않고 출연했어요. 제게 기회를 준다는 것만으로 감사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것 다 제쳐놓고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소진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나운서들 가운데서도 중간에 서 있는 느낌이고...결국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어요.”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퇴사 초반 김성주는 남몰래 눈물을 흘리곤 했다. 친정같은 MBC에서는 그의 방송출연을 금지시켰고 언론은 거액의 개런티를 받고 대형기획사로 이적한 그에게 연일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한 때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굿모닝FM’ DJ자리를 내놓기도 했던 그였건만 퇴사 후 돌아오는 것은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악성 댓글, 그리고 기약없는 휴식이었다.
“저는 제 의지가 옳다고 생각하면 다른 분들 역시 옳다, 그르다는 평가에 앞서 축복해줄 것이라 생각했어요. 헌데 제 선택에 대한 반향이 필요 이상으로 크니 당황스럽더라고요. 일적인 부분에서도 제가 쉰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저 한 학기 정도 쉬면서 재충전하려고 했죠. 그런데 제 의지로 쉬는 게 아니라 저와 회사와의 잘못된 관계 때문에 불가항력적으로 쉬는 그림이 되니 많이 혼란스럽더라고요. 그 때부터 사람들을 의식하게 됐어요. 당시 산 모자만 몇 개인지...”
퇴사 후 몸무게만 7Kg 가깝게 감량됐다. 흰머리도 생기고 머리도 빠졌단다.
“가장 스트레스 받는 게 뭔 줄 아세요? 그래도 김성주가 MBC 간판 아나운서였는데 밥줄 끊겼다고 불쌍하게 보는 시선이에요. 결국 득도의 경지에 올랐어요. (웃음) 어느 순간부터 댓글도 안 보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니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어요.”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굳이 프리랜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성주는 아나운서, 특히 남자 아나운서의 입지가 점점 좁아드는 현실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뉴스는 기자가, 예능 프로그램은 개그맨이나 가수, 탤런트 MC들이 꽉 잡고 있는 시대입니다. 교양도 아나운서-연예인으로 짝을 이루는 형국이 대세고요. 심지어 라디오도 낮방송에서는 아나운서 DJ를 찾기 힘든 게 현실이고요. 저는 아나운서들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적응 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이미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드렸기 때문에 아나운서라는 견장을 떼고 연예인들과 직접 맞붙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제가 총대를 메고 홀로서기를 하면 응원해주실 것이라 생각했는데...저에 대한 선배들의 관심과 애정이 제 생각 이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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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결국 돌아왔다. ‘마굿간을 돌아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자신이 나고 자란 마굿간으로 복귀했다. 다른 방송사의 좋은 조건에도 돌아보지 않고 MBC를 고집했던 이유에 대해 김성주는 “오해를 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저는 그저 자유로운 환경을 원했을 뿐이에요. 조직에 속한 직장인이기 때문에 자영업자(연예인)들과의 대결에서 오는 불리함을 극복하고 같은 환경에서 붙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프리랜서를 선언했던 것 뿐인데...너무 안 좋은 면만 부각된 것 같아 오해를 풀어 드리고 싶었어요. 저를 안 좋게 보셨던 분들에게 ‘성주가 저럴려고 나갔구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도록요. 다행히 MBC에서 저를 받아주셨고 예전 자리에 앉게 해주셨지만 오해가 풀리려면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김성주는 유난히 지난했던 퇴사과정을 ‘처음으로 겪은 쓰디쓴 사회경험’으로 생각하고 두고두고 가슴에 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블 채널에 다닐 때는 몸은 힘들었지만 언젠가 MBC로고가 있는 화면에서 방송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지금은 몸은 편한데 정신적으로 힘들어요. 세상인심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었고 얼굴이 알려졌다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됐어요. 결국 중요한 건 제가 지금 어디 있는지, 제 중심이 뭔지 스스로 파악하는 능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지금 그걸 배우고 있는 중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