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스포츠맨으로 알려진 김종국은 사실 만성 허리디스크 환자 다. 공익근무 도중에도 디스크가 도져 2주간 입원했다. 그는“너 무 힘들어서 그런 역할을 그만두고 싶다”면서도“잘 알려지고 싶 은 욕심에 그런 모습을 자처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
"고음 고집하는 이유? 사랑 노래는 낮은 음에서 느낌 안나"
김종국(31)은 겸손하고 솔직했다. 댄스그룹 '터보'에 이어 솔로로 나선 뒤, 최근 5집을 내놓은 이 젊고 잘생긴 청년은 1시간 남짓 인터뷰에서 "나는 대중가수"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고도 싱어송라이터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콤플렉스의 표현은 아니었다. '몸짱 연예인'과 '가수' 사이에서 그의 자의식(自意識)이 찾은 타협점인 듯했다. 그의 새 음반은 딱히 대단할 것도 흠잡을 것도 없는 앨범이다. 유명한 히트곡 제조가들이 곡을 썼고 1급 세션맨들이 연주를 했다. 쇳소리 섞인 그의 고음도 여전하다. 화려한 범작(凡作)이다. 5일 광화문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모든 노래의 키(key)가 무척 높은데 이유가 있나요.
"키를 낮추자고 해도 작곡가들이 음폭이 넓어서 다양한 음을 쓸 수 있으니까 좋대요. 그 높이의 목소리 톤이 좋다고도 하고요. 저도 중저음으로 잘 부르고 싶어요. 제 발라드는 꼭 고음일 필요가 없거든요."
―그래서 노래들이 조마조마합니다.
"제가 부를 때는 무척 편해요. 13년간 노래하면서 한 번도 '삑사리'를 낸 적이 없어요. 사랑을 노래하는 발라드는 벅찬 느낌을 줘야 하는데, 낮은 음에서는 그 느낌을 내기 힘들어요."
―새 음반을 보면 유명 작곡가와 연주자가 만든 '히트곡 공장' 느낌이 듭니다.
"저는 대중가수고 노래는 상업적인 면이 강해요. '뽕끼'가 있는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가 대부분이죠. 내용도 사랑에 관한, 감정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죠. 저는 모험을 하려고 한 적이 없어요. 음악성을 추구하기보다 대중적으로 좋아하는 그런 음악을 하죠. 대중가수니까요. 저는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해요."
―TV 활동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됩니까.
"가장 큰 이유는 음악을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죠. 요즘 1주에 4~5일은 TV 녹화에 쏟아 붓고 있어요."
―정체성에 대한 회의가 들지 않나요.
"그래서 TV 활동은 음반 홍보할 때만 하려고 해요. 음반도 내지 않고 예능만 하면 가수라기보다 엔터테이너라고 할 테니까요."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죠.
"한세대에서 클래식 작곡을 공부했어요.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그때 '터보' 활동을 했는데, '그건 음악이 아니다'라고 한 교수님도 있었죠."
―곡을 쓰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까.
"저는 곡을 노래로 표현하는 과정이 좋아요. 아주 디테일하게, 어떤 부분은 약간 더 가성을 넣고 또는 약간 목이 쉰 느낌을 주고, 또는 일부러 정확하지 않은 음을 내는 식이죠. 그런 게 재미있어요. 감정을 조절하면서 노래 한 곡을 완성하는 작업에서 만족감을 많이 느껴요. '나는 뮤지션이 아니라 대중가수'라고 늘 말해요. 사람들이 제 노래를 어떤 특정한 기억과 함께 연관해서 기억해 줬으면 해요."
―노래를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언제 처음 했습니까.
"고등학교 때 학교 록 밴드가 있었어요. 보컬 오디션 때 '스틸 하트'의 '쉬즈 곤(She's gone)'을 불렀어요. 다들 '너 노래 잘 한다'고 했어요. 사실 록을 하고 싶었는데 저에게는 댄스음악 기회밖에 오지 않았어요."
―공연을 자주 하지 않죠.
"2004년 말에 딱 한 번. 저는 그 공연이 모든 면에서 마음에 안 들었어요. 가수 한 사람을 보려고 사람이 그렇게 많이 왔는데 그만큼 퀄리티가 됐나 하는 회의가 들었죠. 그 뒤로는 '준비가 철저하지 않으면 공연하지 않겠다'고 해왔어요."
―노래 알릴 기회가 없다면서 공연을 하지 않는 건 모순 아닌가요.
"저도 (이)승철이 형이나 (김)건모형, (신)승훈이 형처럼 가고 싶어요. 그런 뮤지션적인 것을 추가해야 하는데, 사람들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뭔가 잘못 가고 있는 거죠. 앞으로는 음악적인 면을 더 강화하고 공연장에서 감동을 더 주고 싶어요."
김종국은 라디오 생방송 때문에 일어서야 했다. 그는 "많은 걸 생각하게 된 인터뷰였다"며 "시간이 짧아 아쉽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카페를 나서자 여성 팬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매니저는 연방 시계를 들여다보는데, 김종국은 그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고 나서야 승합차 쪽으로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