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송창의- 무조건 저질러 별명이 '무대뽀'… 순수한 열정은 아직 남아 있어요
18살 소년 태호- 머리좋고 약삭빠른 아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었죠
서른살을 맞았기 때문일까. 배우 송창의에게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바쁜 해였다.
대중에게 송창의를 알린 SBS <황금신부>가 올해 초 막을 내렸다. 이후 MBC <이산>의 정약용, SBS <신의 저울>의 장준하로 팬들을 만났다. 6일 개봉되는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감독 배형준ㆍ제작 MK픽쳐스), 27일부터 시작되는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도 그의 또 다른 도전 무대다.
송창의를 만난 날 역시 <황금신부>로 일본 도쿄 드라마 페스티벌을 다녀온 뒤 뮤지컬을 한창 준비 중일 때였다. 송창의에게 "20대에 촬영한 영화가 30대에 개봉한다"고 농담을 건네자 웃어 보였다. 2006년 촬영한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서 송창의는 18세의 태호를 연기했다.
# 태호= 철든 아이
전쟁통에서 살아남은 뒤 시장통의 아이들을 끌어 모아 쌀장사를 시작하는 태호에게 어딘가 냉정하고 약삭빠른 면모가 엿보인다. 때문에 다혈질의 종두(이완)와 부딪히는 일도 적지 않다. 미국 제품을 털다 종두가 붙잡히자 태호는 같이 싸우는 게 아니라 바로 도망을 친다.
"태호가 돈을 중요시하는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실 아이들이 태호 말대로 했다면 잘 살았겠죠. 철이 든 아이죠. 상류층의 엘리트 자제였기에 이미 누릴 것을 누려 봤고, 그걸 찾고 싶어하죠. 머리 좋고, 계산 빠르고…. 돈을 쫓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가족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복잡한 인물이죠."
송창의는 태호를 연기하기 위해 삭발을 감행하고 감량했다. 소년답게 나오기 위해 말투도 신경을 썼다. 액션도 직접 해냈다. 청계천에서 액션 장면을 촬영하며 고생을 많이 했다.
"전쟁을 겪지는 못했지만, 그 시절의 삶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어린 기동이가 엄마 시체를 끌고 혼자 걷는 장면이 있잖아요. 지금의 소년들과 그 세대의 남다른 점이 그런 것이겠죠. 요즘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공감하는 부분도 많을 것 같아요."
# 송창의= 건강한 배우
모범생 이미지를 지닌 송창의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송창의는 스스로 "무모한 스타일에 가까워요"라고 말했다. 학창 시절에도 나대는 편은 아니었으되 조용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제 별명이 '무대뽀'였어요. 술값이 없는데 술을 사겠다고 큰소리를 칠 때도 있었죠. 어려서 친구들과 이태원에 모여서 생일 파티를 하는데 '오늘 술은 내가 산다'고 했어요. 돈이 한 푼도 없었죠. 도망치듯 나와서 잠실까지 걸어갔답니다. 하하."
문제아는 아니었다. 송창의는 고등학교 시절 연극부를 하며 "연극영화과를 가고 싶다"며 부모님 앞에 눈물을 흘린 외에는 뜻을 거스르진 않았다.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해 뮤지컬 <블루사이공>(2002), <헤드윅>(2005) 등으로 뮤지컬 스타가 된 뒤 자신의 꿈을 차근차근 이뤄왔다.
"순수한 열정은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열심히 한 작품씩 건강하게 배우 생활을 잘 하고 싶어요. 어린 시절에는 운전이 좋아서 택시기사가 꿈이었거든요. 덕분에 군대도 운전병으로 나왔어요. 30대에는 연기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싶어요."